현지 진출한 우리 업체의 생존을 위해 중국 금융회사가 지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중국 공상은행 등 20여개의 중국 측 채권단으로 구성된 여신협의회는 이달 초 STX다롄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이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보냈다.
한 관계자는 "STX다롄이 수주한 건조계약 중 산은과 농협은행이 각각 2척과 1척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 만큼 이 배를 짓는 데 드는 돈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라며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원해달라는지 밝히지 않아 산은 측이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업체가 선박을 기한 내 인도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나 보험사 등 보증을 선 금융기관이 선수금을 대신 환급하는 것이다. 이 밖에 STX다롄이 중국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이 차입금에 대해 ㈜STXㆍSTX조선해양ㆍSTX중공업ㆍSTX엔진 등이 연대보증을 서고 있다. 이는 채권단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채권단은 물론 다롄시 측은 부가가치가 높은 건조계약을 이행하도록 지원해 위기에 처한 STX다롄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동을 멈춘 STX다롄에는 2만여명의 중국 임금체불 근로자와 하청기업이 있다. STX다롄이 리커창 중국 총리가 부총리 시절 유치한 곳이라는 점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요인이다.
한국 채권단과 STX그룹은 STX다롄을 매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지원금이 전부 선박제조에 쓰이지 않고 임금체불을 갚는 데 쓰일 수 있고 한번 지원하면 계속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면서 "차라리 그 돈을 국내의 STX계열사를 살리는 데 쓰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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