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세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설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시점을 연기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치는데다 정부의 실탄(재정)도 떨어진 상태라 한은이 적극적으로 경기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이 총재는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의결문을 보고 비둘기파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종합해보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FOMC 위원 17명 중 13명이 연내 금리 인상을 적절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이 나와 여전히 오는 10월 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연준이 글로벌 경제상황을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참고하겠다는 것은 기존 입장에서의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현재로서는 10월보다는 12월이 좀 더 유력하다게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이제 시장은 한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상당히 매파적인 신호를 보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잠재웠다. 하지만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 금리 수준이 명목금리의 하한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꺼져가던 인하 기대감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 한은에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아래쪽을 향했다.
경제상황도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 후반 달성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시들시들한 내수 대신 경기를 지탱해야 할 수출은 올 초부터 마이너스를 이어오다 8월에는 14.7% 급감하며 6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7월보다 분명 나빠질 10월 수정 경제전망에 따라 10월 혹은 11월에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는 여건이다. 10월 말 공개되는 3·4분기 경제성적표가 예상보다 나쁘다면 운신의 폭은 더 제약을 받게 된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한은의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크레디트스위스·바클레이스 등은 올해 안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HSBC(10월·내년 2·4분기), 노무라(10월·내년 3월) 등은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신통찮은 금리 인하 효과는 이 총재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총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결과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1,130억원 규모의 가계부채는 올해 말까지 30조원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 입장에서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시장의 요구를 적절히 견제하며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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