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 본사가 GM대우의 경영 정상화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볼모로 한 GM 측의 '물귀신' 작전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근을 제시해도 달리지 않는 말에는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대출금 회수' 및 '유상증자 이의 제기' 등 두 가지 전략을 기본으로 GM 측을 압박하기로 했다. ◇대출금 회수 카드=GM대우에 대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는 1조3,762억원이다. GM대우는 2,500억원을 지난달 상환했으며 현재 대출잔액은 1조1,000억원가량이다. 산은은 만기가 도래하는 7,500억원에 대해 일단 한 달만 상환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GM이 요청한 3개월 연장을 거부한 것이다. 또 조만간 만기가 도래하는 나머지 3,700억원에 대해서도 최대한 짧게 만기를 연장할 방침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GM대우는 2010년까지 매년 평균 3,000억원가량을 균등상환해야 한다"며 "만기 연장 기간을 되도록 짧게 잡아 GM 측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인 대우차 생산물량 확보, 라이선스 제공, 경영권 참여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신규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금도 회수할 방침이다. 대출금 회수 압박에 나설 경우 GM 본사가 GM대우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경우 GM대우 생산공장을 하청기지로 전락시키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채권단은 GM이 GM대우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대출금을 회수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GM대우를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이의 제기=산은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유상증자 방식과 절차에 대해 GM 본사에 이의를 제기해놓은 상태다. 협상 결과에 따라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 가격이 너무 낮았고 2대주주인 산은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주주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유에서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지난 2002년 작성한 합작계약서에는 ▦주요 자산의 5~10%를 거래할 경우 ▦산은의 지분이 주주총회 특별결의 저지선인 25%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GM은 산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912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 결과 산은 지분은 기존 28%에서 17%대로 떨어졌다"며 "이는 명백한 합작계약서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산은은 GM이 제시한 3,000원대 유상증자 가격은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주당 유상증자 금액을 8,000원대로 높일 것을 요구했지만 GM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GM대우 생산차의 라이선스를 GM이 소유한다는 내용을 주총 결의 없이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도 문제"라며 "GM대우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압박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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