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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3주년] (강한 증시 강한 경제) 3.2만달러시대 `3,000포인트`의 꿈

`종합주가지수 3,000 포인트 시대` 현재 지수가 700포인트 초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꿈 같은 말이다. 특히 1,000포인트 벽을 세번이나 허물고도, 다시 세자릿수 지수대로 밀려난 과거를 돌이켜 볼 때 3,000포인트는 허황된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가능성이 보인다. 대우증권은 최근 국가적 목표가 되고 있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달성되면, 주가는 3,000포인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OECD 23개국중 19개국의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갈 때 주가는 연평균 13.7%씩, 9년동안 264.1% 상승했다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3,000포인트의 문은 그냥 열리지 않는다. 지난 99년 5월 `바이코리아`열풍이 불었을 때도 2005년에 주가가 3,000~6,000포인트까지 갈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주저 앉고 말았었다. 증시에 대한 신뢰와 이를 이끄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진석 상장사협의회 상근부회장은 “한국이 증권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시장과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불안감을 없애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신뢰 없으면 투자도 없다= “내 돈을 달라.” 지난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의 `후폭풍`으로 증권사들이 환매거부에 들어가자, 투자자들은 증권사 창구로 몰려가 돈을 돌려줄 것을 거칠게 요구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팔리지 않아서 줄 수 없다`는 말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 99년 대우사태 당시에도, 2001년 하이닉스 사태 당시에서 똑 같은 모습이 연출됐었다. 창구에서 만난 한 고객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고객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금융시장은 이미 죽은 시장과 다름없다. 환매사태 이후 투신권 등에서 빠져나간 돈은 무려 30조원에 달한다. 최근 증시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자금이 다시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아직도 20조원이 넘는 자금이 은행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불신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증권시장이 성장하는데 문제가 되는 걸림돌은 수없이 많다. 최대주주가 작전세력과 짜고 주가를 조작하는 일이 한 달에도 몇 건씩 발각되는가 하면, 회사돈을 자기 것인양 마음대로 쓰는 대주주ㆍ임원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에게 `내 돈은 안전하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상빈 한국증권학회장은 “국내증시의 문제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회계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것을 개선하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이를 위해 철저한 감리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불공정 거래 조사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한 기관이 시장 세운다=2002년 3월. 세계최대의 채권투자펀드 핌코(PIMCO)의 펀드매니저 빌 그로스(Bill Gross)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대결에 세계증권가의 눈이 모아졌다. 빌 그로스는 GE가 과다한 단기부채가 있으면서도 솔직하지 못하다며, 수일간 10억달러의 GE캐피털 기업어음(CP)을 매도하고 GE 회사채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GE는 이에 대해, “우리는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으며 필요한 충분한 자금도 확보하고 있다”며 대응했다. 그러나 GE주식은 이틀동안 6%이상 하락했고, 회사채 가격도 급락했다. 결국 GE는 장기채 발행과 단기부채비율 축소를 발표하고 백기를 들었다. 세계최고의 기업일지라도 시장의 원리에 반한다면, 가차없이 제재를 가하는 기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40% 이상 보유하며, 시장조성자(Market Maker)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주식은 15% 선으로 외국인(36%)은 물론 개인(22.3%)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힘이 없고 오히려 기업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주식시장이 건전하게 크려면, 기관이 힘이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힘이란 곧 자금 동원력과 운용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권ㆍ투신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집중, 대형화시키고 인적자원도 확대해야 한다.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은 “증권사와 투신사의 대형화는 증시발전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과제”라며 “이렇게 해야만 투자자들의 믿음도 회복하고 운용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주가 배당수준으론 고평가" ■ 외국증권사 아시아지역전략가들 지적 “한국 주가는 배당 수준으로 보면 고평가 상태다.” 한때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국내외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지역 투자 전략가들은 한국 주식 저평가에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벤 러드(Ben Rudd) ABN암로증권 아시아지역담당 투자전략가는 “한국 주식이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저평가돼 있을지 몰라도, 배당수익 관점에서 보면 다른 아시아 기업 주가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아드리안 모왓(Adrian Mowat) JP모건증권 아시아지역 투자전략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그는 “한국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저평가 상태가 아니다”라며 “PER 12.5 수준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가에 비해 평균 PER 7.9인 한국 주가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30% 배당 수준에 비춰 보면 한국 주식은 오히려 비싸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증시가 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넘어 미국 다우존스나 유럽의 증시처럼 세계적 수준에 이르려면 투자자의 이익을 존중하는 데 기업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당수익률을 높여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강한 증시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설명이다. 모왓은 특히 고정 배당률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상장기업 풍토를 꼬집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효율성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선호하는데 고정 배당률을 유지하는 기업이 많은 한국은 수익성 변화에 따른 배당폭이 가변적이어서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ㆍ연기금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배려하지 않고서는 한국증시 체력이 강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기관 투자자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국 증시의 후진성은 주먹 구구식 감정적 투자에 의존하는 증시 구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러드는 “감정에 치우친 단기 투자가가 한국 증시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기관 투자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기관 투자자마저 한국 기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외국인 투자자가 어떻게 한국 시장에 주저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모왓은 “세계 증시 속에서 한국 증시가 새롭게 평가 받으려면, 기관 투자자의 질적인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국 증시가 외환 위기 이후 투명성 부문에서 진전을 보였지만, 신속하지 못한 실적 보고 등 개선돼야 할 여지가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송영규기자, 홍병문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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