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과 환율절상의 2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 결과를 인용,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0.2%포인트 하락하고 특히 유가가 60달러대에서 90달러대로 상승하면 중소기업의 31.%가 적자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인용하면서도 기업의 비용절감, 경쟁력 제고 노력 등을 감안할 경우 유가상승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재정경제부는 유가전망에 있어서도 통상 가져다 쓰는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의 분석은 이번 참고자료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내년 유가가 100달러대(두바이유 기준)를 장기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CERA는 지난 6일 자료에서 고유가 시나리오하에서 내년 중동산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4ㆍ4분기 100.50달러까지 치솟는 등 연평균 99.5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경부는 자체 분석능력에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지만 유가와 물가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의 용역 결과도 없이 정부의 자체 분석 자료만으로 이번 대책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등유 판매부담금 폐지와 저소득층에 대한 난방지원사업 등 기존에 발표된 내용을 포함한 고유가 대책에 직ㆍ간접지원 1조775억원과 에너지 소비절감 유도를 위한 지원방안 3,247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13일 브리핑에서 “광열ㆍ교통비 지출이 가계 전체에는 큰 부담이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된 만큼 시장원리에 입각한 기존 정책방향을 유지하되 고유가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는 선별적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한 보완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진표 여당 정책위의장은 “고유가에 따른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미흡한 부분이 적지않다”며 “휘발유ㆍ경유의 탄력세율 제도는 지금처럼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시기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재경위 세법 심사를 통해 계속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자동차가 이미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인 만큼 휘발유와 경유 등을 포함해 유류세를 포괄 인하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유가대책을 계기로 재정을 통한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유류세 일괄인하를 거부한 이유 중 하나로 내년도 적자재정을 들고 있다. 정부안대로라면 지원금액이 1조1,000억원 수준에 그치지만 정치권의 주장대로 유류세를 10% 일괄 인하할 경우 내년 세수가 1조9,000억원가량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류세 인하가 서민에게 돌아가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워왔던 정부가 ‘나랏빚’이라는 보다 근본적 불가 이유를 사실상 공개 천명한 셈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조원동 차관보는 “내년 발행될 적자 보전용 국채 8조5,000억원 등 재정부담은 정부가 세수변동에 대해 여유가 없다는 의미”라며 “당이 촉구하는 탄력세율 확대를 실행하려면 결국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유류세 인하 ‘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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