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투자의 창] 투자 때 범하는 인지적 오류

매튜 서덜랜드 피델리티 주식투자부문 아시아 지역 총괄


누구나 한번쯤 비싼 돈을 내고 산 표가 아까워 재미없는 공연을 끝까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이미 흥미를 잃은 책을 지금까지 읽어온 시간이 아까워 끝까지 읽은 적도 있을 것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결정들은 모두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공연의 사례에서 입장료로 10만원을 지불했다면 그 금액은 이미 소비된 비용이다. 이를 경제학적 용어로 '매몰비용(sunk cost)'이라 부른다. 매몰비용의 가장 큰 특징은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연이 재미없다면 공연장을 나와 맛있는 저녁식사로 기분전환을 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10만원씩이나 내고 지루한 공연을 계속 관람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이런 사례에서 나타나는 매몰비용에 대한 오해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인지적 오류'의 한 사례다. 인지적 오류는 주로 감정이 이성보다 앞설 때 생겨난다. 언제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금융 및 투자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행태재무학(behavioural finance)'이라는 이름으로 인지적 오류에서 비롯되는 행동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실제 투자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지적 오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군거본능(herd instinct)'은 매몰비용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지적 오류다. 군거본능이란 짐승이 무리 지어 이동할 때 한 방향으로 향하듯이 개인도 군중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투자할 때도 군거본능이 흔히 나타난다. 지난 1990년대 전 세계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많은 투자자는 왜 인터넷 관련 주식이 그토록 높은 가치를 갖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단지 많은 사람이 열광한다는 사실에 휩쓸려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결국 이들은 닷컴 버블이 붕괴된 후에야 대중과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자주 나타나는 인지적 오류의 유형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이론이나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는 성향을 말한다. 금값이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줄 증거를 찾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경우를 확증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말은 신봉하는 반면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확증편향은 우리 심리 내면에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중요한 순간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인지적 오류들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인간이 인지적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하고 인정해야 한다. 신중한 태도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