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을 소재로 한 오페라 '지구에서 금성천으로'가 처음 무대에 올려진다. 김수근(1931~1986)은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아르코미술관, 경동교회, 한계령휴게소 등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남긴 건축가. 55세에 타계해 아쉬움을 남긴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강석희의 음악적 영감에 힘입어 오페라 무대에서 다시 환생한다. 6월 23~24일 오후 6시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지구에서 금성천으로'는 평소 김수근과 막역한 사이였던 강석희 전 서울대 교수가 1986년 썼던 추모사를 바탕으로 한 30분짜리 단막 오페라. 강석희는 이승을 떠난 김수근이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이상향인 금성천(金星天)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 희곡 형식의 추모사를 썼다. 이번 공연은 오페라단 '삶과꿈 챔버 오페라 싱어즈'가 강석희에게 그의 추모사를 바탕으로 신작 오페라를 위촉해 이뤄졌다. 1986년 이미 타계한 건축가 김수근이 금성천의 예술가촌 어느 공원에 그의 예술 동료인 음악 평론가 박용구와 작곡가 강석희를 초대한다. 김수근은 자신의 건축 작품 '공간'에서 그림의 방, 무용의 방을 소개한다. 이 곳에서 박용구와 강석희는 베토벤, 칸트 등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된다. 한양대 교수인 바리톤 정록기가 김수근을, 테너 김필승(한세대 교수), 테너 정낙영이 각각 강석희와 박용구 역을 맡고 연극배우 윤석화가 해설자로 참여한다. 대본과 곡은 모두 강석희가 썼다. 삶과꿈챔버오페라 싱어즈는 지구에서 금성천으로에 이어 제2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단막 오페라 '알레코'를 선보인다. 푸슈킨의 시 '집시들'을 원작으로 한 단막 오페라 알레코는 아내 젬피라의 불륜을 알아채고 그녀와 집시 애인을 죽이는 비극적 낭만 오페라다. 피아노 협주곡으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가 쓴 단막 오페라로 국내 공연은 이번 처음이다. 소프라노 김인혜(서울대 교수), 바리톤 전기홍(서울 시립대 교수), 테너 최상호(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 베이스 이연성이 무대에 오른다. 피요트르 보르코프스키 수원대 교수의 지휘로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 (02)318-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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