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시장의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올 듯하다” 지난 4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만난 황창규(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의 첫 마디는 “쉽지 않다”였다. 경쟁업체의 빠른 시장확대, 환율하락 등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수출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사랑의 달리기’ 행사에 참여하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기자를 만난 황 사장은 “항상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눈만 뜨면 경쟁력과 코스트, 시장 변화에 온통 신경을 쓴다”고 긴박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의 주력제품인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과 관련, 메이저 반도체 업체들의 참여로 시장 파이는 커지겠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구조조정도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구조조정이 D램보다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은 차별화된 시장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그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황 사장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죽기살기로 달라붙으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경쟁에서는 정공법만이 살길”이라며 “기술력과 적기 투자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삼성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섬은 최근 인텔과 마이크론의 합작,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의 추격 등 해외 경쟁국들의 거센 협공을 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환율 하락까지 삼성을 덮쳐오고 있다. 하지만 환율문제에 대한 황 사장의 생각은 명쾌했다. “환율하락세가 멈추고 다시 올라가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코스트를 낮추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2ㆍ4분기 낸드플래시의 새로운 수요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용 무비낸드(Movi Nand)의 공급에 관해 황 사장은 “휴대폰 메이저 업체들과 공급협상을 하고 있는 단계이며 이미 한 개 업체에는 공급을 시작했다”며 “무비낸드와 같은 핵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유리한 시장환경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비낸드는 낸드플래시와 메모리카드 컨트롤러, 구동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패키지에 구현한 새로운 모바일 메모리 솔루션이다. 휴대폰ㆍMP3플레이어ㆍ카 내비게이션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저장장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대만 SMS 포럼에서 2GB(기가바이트)ㆍ4GB의 무비낸드를 선보였으며 올해 3억 달러, 2008년 53억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사장은 파운드리(위탁가공)사업을 하고 있는 S라인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늦게 시작했지만 기술력과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2,200억원의 증설 투자를 발표한 미국 오스틴 공장의 구체적인 생산제품 및 착공시기 등에 대해서는 “논의중인 만큼 좀 더 기다려 달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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