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 소비가 줄어 걱정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지난 3월까지는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도요타 등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내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자동차 판매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연초에 세운 경영목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지사ㆍ상사 121곳(응답기업 78개)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기업의 98.7%는 ‘현재 미국경제를 침체상황’이라고 진단했으며 침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 기업도 52.6%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해 4ㆍ4분기 정체상태를 보였던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앞으로의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된다’는 기업이 18.2%에 달했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침체상황이 최소 2~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이 62.3%를 차지했다. 이 분위기에 밀려 미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가운데 93.6%는 ‘미국의 경기 위축이 한국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19.2%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낙관하는 기업은 6.4%에 그쳤다. 특히 미국 진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7%가 연초에 세웠던 경영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6.7%는 경영목표를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대답했고 44%는 부분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근 우리 수출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이 과거보다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의 12.8%를 차지해 우리의 3대 수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현재 국산 전기전자 제품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5.37%에 이르고 자동차가 4.92%, 기계류가 3.12%, 철강이 4.20%에 달하는 등 국내 주요 수출품목은 여전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큰 상태여서 미국 내수가 침체될 경우 국내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경우 한국의 경제 성장률도 0.4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율 안정화와 함께 내수활성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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