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치와 사회적 현실을 영상으로 풀어온 작가 전준호(39)가 충남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4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해 일본 모리아트 뮤지움 전시 등 해외 전시 제의가 줄을 잇고 있어 국내 개인전은 오랜 만에 열렸다. 지난해 9월 뉴욕 첼시의 페리루벤스타인 갤러리에서 열렸던 전씨의 전시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아트뉴스 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명료한 작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영상 작품 9점, 조각 3점 그리고 회화 1점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하이퍼 리얼리즘'. 분단이 이후 한국ㆍ북한ㆍ미국이 처한 사회적 역학 관계를 독특하게 해석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표제작 '하이퍼 리얼리즘'은 5개 채널로 이뤄진 대형 영상작품으로 각 채널 속에는 탈북자, 자유의 여신상, 맥아더 장군, 김일성 동상, 북한 지폐 등 5개의 매개체가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탈북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담을 넘는 연습을 하고 있고, 퇴각 길에 오른 맥아더 장군은 '다시 돌아오리라(I shall return)'를 목청껏 외치고, 축 늘어진 모습을 한 북한 주민이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등 우리의 분단 현실과 주변 정세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욕망 등 부조리한 사회 현상이 재미있게 연출됐다. 조각 작품도 이색적이다. '플레이어'라는 제목이 걸린 이 작품은 연기 자욱한 쇼케이스 안에 갇힌 미식 축구 선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열정적 심장은 영원히 기억되리라'는 장엄한 문구가 조각상에 새겨있지만, 동상의 가슴엔 털털거리는 싸구려 엔진이 박혀있고 등 뒤에는 작은 배기통이 하염없이 연기를 뿜어낸다. 작가는 '대중의 폭발적인 갈채를 받는 스타이지만 그의 커튼 뒤의 삶과 실존은 이같이 처연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대중에게는 아직은 쉽지 않은 비디오 작품. 전 작가는 자칫 어둡게 해석할 수 있는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현실을 풍자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041)55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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