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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왕실잔치 `기로연` 재현
입력2003-05-25 00:00:00
수정
2003.05.25 00:00:00
이용웅 기자
잔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한 화첩 `기사계첩` 가운데 `경현당석연`의 한 장면.
조선시대 왕이 나이든 문신들을 위해 손수 베풀었던 왕실 잔치 `기로연(耆老宴)`이 국립국악원에 의해 원형 그대로 재현된다. `기로연`이 국내 무대에서 고증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국악원은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숙종조의 `기로연(耆老宴)`행사 재연에 나선다. 국립국악원은 `원형탐구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 1999년 종묘제례악, 2001년 궁중연례악, 지난해 문묘제례악을 잇달아 선보인데 이어 네 번째 무대로 `기로연`을 택했다.
`기로연`은 조선시대 기로소(耆老所)에 등록된 문신들을 위해 국가가 베풀었던 잔치. 원로 문신 예우기관인 기로소는 정2품 이상의 문관 벼슬을 지낸 사람 가운데 70세가 넘어야 등록이 가능했기 때문에 조선왕조를 통틀어 등록자가 700명 정도였다.
왕이 베푸는 기로연은 매년 봄ㆍ가을 두차례씩 서울과 지방에서 열렸는데 이번에 재현되는 숙종 45년(1719년) 음력 4월 18일의 기로연은 숙종의 기로소 입적 축하까지 겸해 더욱 성대했다. 왕은 문신과는 달리 60세만 되어도 기로소에 명단을 올릴 수 있었지만 조선 건국 이래 기로소에 들어간 왕은 태조 이후 숙종이 처음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당시의 기로연은 왕이 나이든 문신들을 경현당(경희궁 터)으로 초청해 여는 잔치 `경현당석연`(景賢堂錫宴)과 왕이 하사한 은잔을 받들고 경현당에서 기로소(현재 세종로 교보빌딩 자리)로 이동하는 시가행렬 `봉배귀사`(奉盃歸社), 기로소에 도착해 여는 `기사사연`(耆社賜宴) 등 크게 세 가지 절차로 구성된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숙종실록과 당시의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한 화첩 `기사계첩` 등을 참조했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1년여간 공연 준비에 나섰다. 또한 궁중음식연구원, 한복사랑협의회 등의 후원을 받아 당대 음식과 의복, 소품 등도 되살릴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단, 무용단 등 총 150명이 등장하며,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의 추천을 받은 70세 전후 노인 10명이 기로소 문신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8,000원~1만원. (02)580-3300.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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