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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골프엿보기] 골프무제
입력1999-02-28 00:00:00
수정
1999.02.28 00:00:00
趙南弘 경총 상근부회장제1화=구라파 어느 작은 나라에서 대사를 지낸 초로의 여성 골퍼와 라운드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한국식으로 기브거리에 있는 볼을 홀 아웃하지 않고 줄곧 손으로 집곤 했다. 그런데 라운드가 끝난 후 그녀가 대단히 묘한 표정으로 나에게 『뭐 안좋은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다소 당혹해하며 『왜 그렇게 보였느냐』고 반문했더니 그녀는 『그린위에서 왜 볼을 치다말고 집어드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이내 그 뜻을 알아차리고, 『한국에서는 진행을 빨리하기 위해 퍼터 한 거리내의 볼은 홀 아웃한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매우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이 여성골퍼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녀는 플레이 도중에 나의 그런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왜 라운드가 끝난 후에야 말한 것일까. 여기서 필자는 작은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제2화=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근교에서의 일이다. 차편이 뜸한 곳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목적지를 말하니 운전기사는 목적지의 반거리까지 밖에 갈 수 없단다. 그러나 그 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가는 동안 절반의 승차거부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뜻밖이었다. 골프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골프 약속시간 지킴이 생업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골프의 원조국다운 면모라고나 할까.
제3화=워싱톤D.C. 근교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골프약속시간을 대기 위해 제한속도를 넘어 한참 과속하고 있었다. 휴일 이른 아침이라 그럴수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갑자기 경찰오토바이가 싸이렌을 불면서 멈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시간이 다급해서 빨리 속도위반딱지를 발부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교통경찰은 내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과속한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미국에서는 과속차량을 단속할 때 사유를 묻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과속사유를 솔직히 실토하니 이 경찰의 반응은 대단히 의외였다. 나의 핸디캡을 묻는 것이었다. 그에 답하니 자기와 같은 실력이라고 반가워 하면서 빨리 가보란다. 나는 하도 고마워서 『땡큐』한마디하고 골프장을 향해 질주하는데 백미러에 그 경찰이 계속 따라 오는 것이 보였다. 골프장에 도착해서야 먼 발치에서 그 오토바이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골프장까지 따라 왔을까? 과속사유가 사실인지 확인하려 한 것일까, 시간에 기는 필자를 계속 감시하려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보호하려 한 것일까? 지금도 그 연유는 알 길이 없다. 좌우간 이 사건 역시 잔잔하지만 대단히 유쾌한 문화적 충격으로 기억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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