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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보험사들이 낮은 자산운용 수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신한생명이 발군의 성적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업통으로 알려진 권점주(사진) 사장이 미세한 금융 기법이 필요한 운용 부분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2012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신한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6.1%를 기록,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6%대를 찍었다. 이는 다른 보험사의 평균 이익률인 5.1%보다 1%포인트 앞서는 수준으로 총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7개사가 4%대 수익률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성과다. 특히 최근 6년간 연평균 수익률도 6.3%에 이른다.
자산 버블이 붕괴되고 저금리로의 추세 전환으로 자산운용수익이 급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도 비껴간 셈. 그 비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신한생명은 고수익의 원인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첫손에 꼽고 있다. 대형사를 비롯해 상당수 보험사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투자 비중을 많게는 전체의 15%까지 늘이며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지만 신한생명은 ▦대출 30% ▦국고채 등 채권 60% ▦해외투자 0.5%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둔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해외에서 원금보존형채권보다는 수익연동형채권 투자에 더 많이 나섰던보험사들이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당시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뒷수습을 해야 하는 형편이라 정상화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한생명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은행채 금리가 7%, 국고채 금리는 6%까지 오르면서 수익이 쏠쏠했다"며 "최근 저금리로 보험사들이 다시 해외투자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대수익률은 이전보다 크게 내려간 상태"라고 전했다. 주택 등 자산 버블 형성 무렵 낙관적 전망에 취해 과도한 투자 수익 욕심을 낸 보험사일수록 경기 침체기를 맞아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자산의 성격이 경쟁사보다 안정적이라는 점도 고수익을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출 내용을 보면 부동산담보 및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기관투자가 대출이 많고 채권도 원금보존형 구조화 채권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상 보험사들이 같은 그룹 투신사 등에 전체 운용 자산의 30~40%가량을 일임하는 데 비해 신한생명의 간접투자 비중은 5%로 크게 낮다는 점이 지목됐다. 이는 전문성 등을 이유로 보험사 안에서 '섬'과도 같은 존재가 되기 쉬운 자산운용파트의 조직 로열티를 높이고 투자의 전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투신사들이 상대수익을 따지는 반면 우리는 절대수익에 신경 썼다"며 "이는 불필요한 매매를 줄여 거래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투자 결정 과정도 한 개인의 직관적 판단에 따른 결정을 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정착시켰고 의사 결정 라인도 복잡하지 않게 만든 게 차이라면 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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