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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영웅전] 묘수를 당하다

제4보(31~43)

[한중일 바둑영웅전] 묘수를 당하다 제4보(31~43) 제4보(31~43) 5번기의 제1국은 기권해 버리고 제2국은 형편없이 지고 제3국은 49라는 단명기로 손을 들어 버린 조훈현의 행동을 평론가들은 한국기원 기전부에 대한 데몬스트레이션이었다고 말한다. 당사자인 조훈현은 시치미를 뚝 떼면서 정말로 아팠다고 정말로 축을 착각했다고 말하지만 평론가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이듬해 조훈현은 한국기원의 이사로 집행 부서에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실무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게 되는데 그건 나중의 일이고…. 후지쯔배 3회우승의 신기록을 작성한 조훈현이 다음으로 눈독을 들인 기전은 삼성화재배였다. 준결승에서 맞닥뜨린 상대는 마샤오춘. 다른 한판의 준결승은 이창호와 창하오가 다투고 있었다. 마샤오춘은 2년 동안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삼성화재배를 보이콧해 왔는데 모처럼 마음을 바꾸어 참가 신청을 했다. 불참하는 동안 내공을 좀 쌓았는지 본선에서 유창혁을 꺾고 내리 3연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역대 전적에서 마샤오춘이 7승6패로 조금 앞서 있는 처지. 이 판에서도 서반에 묘수를 선보여 중국응원석의 갈채를 받는다. 백34의 치중이 묘수. 조훈현은 흑이 어딘가를 끊을 줄만 알고 끊는 곳을 잡아 일부는 확실히 산다고 믿었던 것인데 의표를 찔려 버렸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묘수를 당한 조훈현은 한동안 두덜거리더니 그곳을 더이상 건드리지 않고 우변, 좌변으로 발빠르게 신천지를 개척해 나갔다. “아주 일찌감치 불리해졌습니다. 만약 이 바둑을 이긴다면 기적에 가깝습니다.” 검토실의 김성룡7단이 하는 말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05-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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