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으로부터 촉발된 신뢰성 문제로 국내 상장 외국 기업이 국내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외국 기업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80%가 넘는 종목도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일본 기업 최초로 한국 증시에 상장한 SBI모기지는 연초 이후 87.29%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라오스에서 차량 수입ㆍ제조ㆍ판매를 하는 코라오디벨로핑의 역외지주회사인 코라오홀딩스도 같은 기간 61.41% 상승했다. 이 밖에 뉴프라이드(29.12%), 웨이포트(16.87%) 등이 크게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27%%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6.40% 올랐다.
이들 외국 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적 성장과 더불어 그나마 국내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스스로 국내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으며 부실회계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켰다. 웨이포트는 적자기업이지만 거래소에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에 매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다 앞으로 IR 담당 임원이 한국에 자주 와서 국내 투자자를 많이 만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석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시장서비스팀 대리는 "아무래도 상장 후 2개월 만에 부실회계로 거래정지된 중국고섬과 사채 원리금 미지급 발생 사실을 숨겨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중국원양자원 등의 영향으로 건실한 외국 기업까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건실한 외국 기업은 스스로 글로벌 회계법인이나 한국계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거나 꾸준한 IR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해외 업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아직도 관심이 크게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서 마련한 코스닥 외국 기업 서울 합동IR에 참석한 황신청(黃新成) 웨이포트 이사는 "한국이 자본시장을 국제화하는 과정에서 아직 상장된 외국 기업 수가 많지 않아 한국 투자자, 관련 기관이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통의 기회도 많지 않아 편견을 가지고 외국 기업을 바라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자본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30~4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더 우량한 외국 기업이 한국 자본시장에 입성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고 국내 증권사가 외국 업체에 대한 분석 리포트도 많이 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자들도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IR에 참석한 동부증권 관계자는 "중국고섬과 중국원양자원 탓에 외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며 "외국 기업 IR 담당자들과 통화할 때 언어 등의 문제로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 어려운데다 한국에 직접 오는 경우도 드물어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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