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로 국세수입이 당초 계획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세외수입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인데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세외수입은 올해보다 9조1,000억원 증액된 37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역대 최고금액이다. 예산 기준으로 2009년 21조7,000억원, 2010년 24조3,000억원, 2011년 24조5,000억원, 2012년 28조3,000억원 등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경기가 나빠 세수가 줄고 있는 마당에 정부 계획대로 세외수입이 걷힌다면 재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정부가 예산상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세외수입을 과다 계상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12년 예산안에 인천공항지분매각대금 4,300억원을 세외수입으로 편성했지만 지난해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정부는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내년 세외수입에 또다시 반영됨에 따라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되풀이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올해 세외수입 예산에 포함됐지만 사실상 매각이 물 건너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주식 매각 건의 경우 오히려 매각대금이 더 불어났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기업은행 매각대금으로 1조원, 산업은행 매각대금으로 9,000억원을 반영했지만 단 한 주도 팔지 못한 상태다. 기업은행은 2006년부터 매해 세외수입으로 잡아놓고 매각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세외수입으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지분매각대금으로 각각 5조1,000억원, 2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올해와 내년에 걸쳐 미리 예정된 절차를 밟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기업은행 주가가 현재보다 크게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 주식 65.1%를 보유하고 있지만 24일 기준 기업은행의 시가총액은 7조원에 불과하다. 정부 지분을 다 팔아도 4조5,000억원밖에 안 된다. 세외수입 확보도 좋지만 정부가 과연 내년에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은행 주식을 팔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밖에 정부는 한국은행 잉여금 2조5,000억원, 기업특별회계 영업이익 7조원, 기타 보유자산 매각 19조8,000억원 등을 내년 세외수입 예산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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