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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를 모르거나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보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면 오는 8월 6일부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마술피리’를 권한다. 올해 다섯번째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매년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번 공연은 대사와 노랫말을 우리말 구어체로 번역해 관객들이 편안하게 공연에 빠져들 수가 있다. 지금까지는 가족 뮤지컬 형식으로 꾸며졌지만 올해는 오페라로 연출됐다. 우리말로 된 공연이라 모차르트의 작품성을 헤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 할 필요가 없다. 10년 이상 성악가로 활동해 온 연출가 최지형씨가 다시 번역을 했다. 그는 우리말의 시적 음률을 고려하면서 모차르트의 음악성을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줄리어드 예비학교 교수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휘자 성기선씨의 열정도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 몫을 했다. 마술피리가 지금까지 인기를 끄는 데는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완성도 높은 음악이 그 비결이다. 우선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고 이들을 도와주는 감초 같은 역할의 새잡이 파파게노 그리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마술피리와 마술방울 등 동화적인 이야기 전개로 어린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밤(밤의 여왕)과 낮(짜라투스트라)의 대결, 남자와 여자의 대결, 프리메이슨적인 (1세기 유럽에서 널리 활동을 전개했던 비밀결사) 상징주의를 통한 신구의 갈등, 인간의 욕망과 도덕간의 갈등 등 다양한 이야기가 깔려있다. 또 밤의 여왕과 짜라투스트라를 통해 선은 항상 선하지 않으며, 악은 항상 악한 채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마술피리는 어른들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얻는 즐거움이 관객들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파파게노가 부르는 ‘새 잡이 노래’가 주는 순박한 아름다움, 왕자 타미노가 부르는 ‘초상의 노래’에서는 고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세 시녀가 같이 부르는 오중창의 간결한 아름다움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음악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번 무대는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사랑과 환상을 찾아 떠나는 무대가 될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갈등과 반목을 벗어나 화해와 평화의 길을 발견하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 전당 8월 6일부터 21일까지.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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