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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기업서 맹활약 한국인] 신뢰만 있으면 국적은 "No Problem"
입력2002-02-05 00:00:00
수정
2002.02.05 00:00:00
'신뢰만 있다면 CFO(재무담당 최고 책임자)의 국적은 문제되지 않는다'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자기업의 CFO는 여전히 본사가 파견한 외국 임원들의 독무대. 현지화 정책을 통해 외국기업에도 한국인 CEO(최고경영자)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돈 줄'을 쥔 CFO 만큼은 한국인에게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인맥ㆍ학맥ㆍ지역색 등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식 경영 풍토에 대해 외국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짙은 불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등식'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일부 외자기업들이 글로벌 감각을 갖춘 한국계 CFO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는 것.
국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하기 시작한 데다 오랜 해외 경험이나 외국기업 근무 경력을 갖춘 고급 재무전문가들이 인재풀을 형성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제니스 리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부사장, 고달수 한국종합에너지 상무, 백상태 만도공조 부사장, 곽우식 도레이새한 상무, 박정래 한국후지제록스 이사 등이다.
제니스 리 부사장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 미국 회계법인과 대우중공업 미주법인에서 경력을 쌓았다. 백상태 부사장은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뒤 TRW스티어링에서 재무 업무를 맡았다. 고달수 상무 역시 델파이코리아와 델파이가 인수한 대우기전에서 재무를 담당한 인물.
글로벌 감각만 갖추고 있다면 한국인 CFO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으려는 외자기업에게 금상첨화의 조건이다.
제니스 리 부사장은 98년 볼보에 영입, 2000년부터 CFO로 활동하며 기존 삼성중공업 조직을 볼보의 프로세스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면서 각 부문장들의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그는 "기존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며 "이를 위해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창원 공장에 들렀고 각 부문장들과의 업무 협조를 위해 회의도 수없이 했다"고 회상했다.
고달수 상무도 지난 2000년 미국계 에너지사인 엘파소가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설립된 한국종합에너지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고려하고 있다.
고 상무는 "외자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감각을 갖고 재무 업무를 담당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화와 엘파소, 양쪽의 주주를 모두 만족시키는데 업무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래 후지제록스 이사도 한국계 CFO의 장점을 거론했다. 그는 "현지인 CFO의 경우 현지 조직의 사회 환경과 문화를 이해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5년 설립된 BMW코리아에서 CFO로 일하다 최초의 현지인 CEO로 발탁된 김효준 사장은 국제 감각과 함께 현지에 대한 폭 넓은 이해로 BMW코리아가 빠르게 한국에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당시 각 부문장들이 외국인 상사와 업무 협의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기도 했고 외국인 CEO나 임원들의 카운셀링을 자주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자 기업들은 한국인 CFO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조직원보다는 외부 스카우트를 선호한다.
백 부사장은 스위스의 UBS캐피털이 만도공조를 하면서 영입했고 고달수 상무는 델파이코리아, 박정래 이사는 지멘스에서 스카우트됐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외자 기업의 경우 인수한 기존 조직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CFO의 경우 '내 사람'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외부 스카우트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도레이새한의 곽우식 상무는 독특한 케이스.
도레이새한은 지난 99년 일본 도레이사가 새한의 필름 및 부직포 사업 부문 등을 인수하면서 설립된 회사.
곽 상무는 새한에서 재무담당 임원을 지냈던 '기존 인물'이다. 도레이새한 측은 "도레이는 법인 설립 이전부터 새한의 주주사로 오랜 신뢰관계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만 형성되면 CFO의 국적이나 배경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효준 사장은 "한국 기업들의 투명 경영이 높아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간다고 해외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외자기업에도 한국인 CEO와 CFO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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