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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복 뭇매에 멍드는 한국기업] "잘못 건드렸다 수출시장 잃을라" 마땅한 대응책 없어 속앓이

■ 정부·기업의 현실은<br>수출의존도 최고 90% 달해<br>중국 등 저가공세로 시장 잠식에도<br>상대국 보복 우려 소극적 대응<br>올 무역구제 조사건수 단 1건 그쳐

현대자동차의 수출 차량들이 울산공장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각국의 경기부진에 따른 고통이 커지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무역 보복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울경제 DB



국내 태양광업계는 최근 중국산 제품의 '헐값 판매'을 논의하기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회동을 갖고 있다. 중국산 '떨이' 제품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태양광업계 공동의 고충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수차례 회동에서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은 '없었던 일'이 됐다. 자칫 중국 정부와 기업을 자극했다가는 도리어 우리 태양광업체들이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을 뿐더러 중국에 미운털이 박힐까 전전긍긍하는 우리 정부가 반덤핑 조사를 수용할 리 만무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태양광업계는 달랐다. 유럽 업체들은 각기 자국 정부에 중국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매겨줄 것을 요청했고 각국 정부는 이를 수용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태양광업계의 이런 실정은 외국 기업과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피해를 당해도 구제를 받기 어려운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 기업이나 정부나 공히 해외 업체들의 횡포 앞에서 '수출 시장을 잃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제대로 하소연도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매출 대부분이 해외 시장, '속으로 끙끙'=국내 태양광업계의 이 같은 자포자기는 대중국 수출이 2010년 6억달러에서 지난해 12억달러로 급성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마디로 매출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거둬들이고 있는데 '어떻게 공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 역시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속으로만 끙끙 앓을 뿐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하이얼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중국 내 수출이라는 더 큰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수출 7위까지 성장했는데 이는 거꾸로 내수에서 돈을 못 벌고 해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기업은 수출 의존도가 거의 90%에 육박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외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품목과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요 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의존도가 적게는 30%, 많게는 90%에 이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내수시장을 포기하고 수출에 전념하기도 한다.



특허와 통상을 연계하는 것이 큰 흐름이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국내 법원에 제소했지만 국내 무역위원회에 수입 금지 요청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우리나라 내수가 작다 보니 한국에서 수입 금지를 내려도 애플에는 치명타를 입히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높은 수출 의존도와 갈수록 위축되는 우리나라 내수시장으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무역 구제 행사에 나설 수 없다"며 "이것이 작금의 우리 기업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규 무역 구제 조사 건수 올 들어 단 1건=기업들이 우리 정부에 제소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국의 무역 구제조치 현황도 왜소하다. 우리 정부의 반덤핑 등 무역 구제 조사 건수는 2009년 1건, 2010년 2건, 2011년 1건, 2012년 7월 1건 등이다.

외국 정부가 올 들어 한국산 제품에 대해 무역 구제 조사에 나선 건수는 총 14건. 반면 한국이 외국산 제품에 대해 조사한 것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무역 구제를 담당하는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무역 구제는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제소를 해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제소가 없으니 신규 조사도 거의 없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반덤핑 관세조치 등을 내릴 경우 상대국에서 보복조치를 당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무역 구제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지만 거대 매출원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무역 구제조치가 외국 기업 및 정부로부터 역보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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