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은 정부 규제 등 최근 기업 환경에 대해 대체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매겼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 규제완화의 성과에 대해 '보통' 수준으로 평가한 기업이 많았고 1일부터 실시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업인들은 "선거 없는 해를 맞아 정부가 올해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먼저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과 관련해 기업들은 예상외로 박한 점수를 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업 관련 규제가 개선됐느냐고 묻는 설문에 전체 응답 기업 중 11.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 기업 10곳 중 1곳만 규제완화 성과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규제개선 수준이 '보통이다'라고 답한 기업은 72.4%에 달했고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도 각각 14.5%, 1.3%에 이르렀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대못'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낮게 걸린 과일(low hanging fruits)'은 어느 정도 따낸 것이 사실이지만 진짜 핵심 규제는 아직 손도 뻗어보지 못한 수준"이라며 "현재로서는 규제완화에 대해 기업 반응이 신통치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본격 실시되는 대표적 환경규제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70.4%의 기업이 '부담된다(59.7%)' 또는 '심각한 부담(11.7%)'이라는 응답을 내놓았다. 반면 '부담이 적다'거나 '전혀 부담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9%에 불과했다. 굴뚝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상 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 업종은 배출권 거래제 실시로 당장 올해부터 영업이익에 손실이 예상된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강업계의 경우 올해 부담해야 할 배출권 비용은 1,038억원으로 예상 영업이익의 2.4%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며 "탄소배출권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부담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은 다만 올해를 기업 규제완화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고 보는 질문에 전체 기업의 28.9%가 '그렇다(27.6%)' 또는 '상당히 그렇다(1.3%)'라고 응답했다. 현재까지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 비중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59.2%,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0.5%, 1.3%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아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규제완화에 힘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를 맞이해 올해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보고 규제혁신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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