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을 등에 업고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어로 꼽힌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에 한판승을 거뒀다. 국민연금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7조5,000억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데 이어 외국계 기업인 테스코(홈플러스 최대주주)에 인수 후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비가격 요소를 전격 제안해 본입찰에 함께 오른 어피너티·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을 제압했다. 하지만 밀실 논의로 진행된 국내 2위의 대형마트 매각에 홈플러스 노조가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고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등 사회 문제에 테스코가 소극적으로 대응해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다. 국민연금의 MBK 투자 역시 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여 홈플러스의 최종 매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 3월 설립된 후 자산을 81억달러로 불리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PEF로 성장했다. 10년 역사의 국내 PEF시장을 주도하며 단순 재무적투자자(FI)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실력을 보여온 점 등은 '먹튀' 논란에 빠진 테스코의 매각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테스코와 매각 주관사 HSBC는 지난달 24일 본입찰 실시 후 인수후보들을 홍콩으로 불러 협상을 진행해왔다. 인수가격에서 밀린 칼라일은 일찌감치 탈락했으며 인수경쟁은 MBK와 KKR·어피너티 컨소시엄으로 좁혀졌다. 가격 면에서 7조5,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MBK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면도 있지만 MBK는 '진술 및 보장' 등에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테스코 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높은 가격과 함께 테스코에 대한 국내 여론의 비판과 반발 등을 MBK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MBK의 공언이 실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대기업 M&A마다 따라붙는 노조의 반발이지만 테스코가 밀실 경영으로 이미 충분히 노조에 명분을 줘 노조 설득은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PEF의 구조조정 '올인'과 투자 홀대, 대주주의 '먹튀'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테스코가 매각에 앞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검토해 이미 먹튀 논란은 불이 붙은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140개, 임직원 2만6,000명의 협력 업체만도 2,500여개에 이르는 국내 2위의 대형 유통업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도 적지 않은 상태다. 홈플러스 인수에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당장 국정감사부터 해당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기에 홈플러스는 지난 1월 고객정보를 수집한 후 보험회사에 불법 판매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까지 된 형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현재진행형이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홈플러스 매각이 제2의 론스타 사태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며 국민연금과 MBK는 물론 테스코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심층적으로 따져볼 태세다.
MBK 측은 이에 대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 인위적인 구조조정 등은 없을 것"이라며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와 의구심 등을 해소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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