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대림산업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던 정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주주총회소집공고 정정 공시를 내고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결정했던 정관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쪽에서 이사의 책임을 경감하는 내용과 이사회에서 재무제표 등에 대한 승인 할 수 있도록 한 정관개정안에 대해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기 때문”이라며 “주총을 원만히 마치기 위해 국민연금의 의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사의 책임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과 재무제표와 경영성과에 대한 승인 권한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개정 상법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사의 책임은 줄고 권한은 강화됐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정관을 변경하자 다른 상장사들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다른 상장사에도 대림산업에 전달했던 것과 똑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장사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상장사에도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곳들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재무제표 승인권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 부여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 중인 기업은 164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사의 책임 감면을 정관 변경에 넣은 상장사도 185개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 수가 국민연금이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어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447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87개에 달한다. 특히 하이닉스(7.81%), 하나금융지주(9.35%), 호텔신라(9.32%) 등 일부 기업은 지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상장사의 정관 변경까지 일일이 간섭할 이유도 없고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 “다만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정관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48곳과 코스닥 44개사 등 총 192개사는 16일 일제히 주총을 열고 정관개정 등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내달 15일 개정 상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림산업과 같은 정관개정안을 다루는 곳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총 데이에는 이 외에도 현대제철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내이사 신규선임등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가 확대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오너 일가의 2세나 3세가 사내 이사로 새롭게 등재됨에 따라 이들이 기업 내 역할과 그룹 경영권 구도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현금배당 확대를 놓고 미국계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펀드와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남양유업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