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우스푸어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박모(36)씨. 박 씨는 최근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이 '하우스푸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 주말 아홉달 전 태어난 아들을 위해 장난감을 사러 할인점에 찾았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지갑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 그의 월급 300만원 중 매달 100만원 가량이 대출이자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박 씨는 "올해 초 1억원 정도를 대출 받아 집을 산 뒤 매달 내야하는 대출이자와 원금을 까마득히 잊고 있어다"며 "하우스푸어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아이를 위한 돈도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서글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산 뒤 이자와 원금 상환에 몰려 팍팍한 생활을 하는 하우스푸어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통계청의 '2010 가계금융조사'를 토대로 하우스푸어 규모를 추정한 결과 10가구 중 1가구 꼴인 108만4,000가구가 하우스푸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우스푸어 가구의 평균대출잔액은 8,373만원이었으며 월평균 원리금 부담은 102만3,000원으로 가처분소득(246만원)의 41.6%에 이른다.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가구도 8.4%인 9만1000가구에 달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 주택을 구입했지만 희망이 부메랑이 되어 현실의 고통으로 되돌아 온하우스푸어. 부푼 꿈도 중요하지만 당장 오늘의 현실은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특히 박 씨처럼 미래의 보이지 않는 희망 때문에 현재의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못해주는 부모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매각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하우스푸어 상태를 완전히 탈출하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미래 보금자리의 꿈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어진 현실 속에 최대한 현실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빚의 규모와 금리부터 확인하라 고통의 원인과 규모부터 파악해야 한다. 하우스푸어 상당수는 무력감에 빠져 자신의 금융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빚이 워낙 커 다른 빚의 금리나 규모는 관심을 갖지 않는 데다 명확한 목표의식 없이 무의미한 저축을 들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우스푸어들은 집을 살 때 유동화 할 수 있는 자산 대부분을 끌어다 쓴 만큼 대출의 종류나 금리도 다양하다. 어떤 금융기관에서 얼마를, 어떤 금리에 빌렸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하우스푸어 탈출의 시작이다. ▦고금리대출부터 줄여라 하우스푸어들은 주택자금 마련을 위해, 또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대출 등 다양한 대출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부채규모, 대출금리로 구성된 대출현황표를 만들어 가능하다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연 20% 내외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현금서비스가 첫번째 정리대상이고, 이자가 연 10%에 육박하는 신용대출도 가능하면 담보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영업경쟁이 붙은 일부 은행 지점들은 금리덤핑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금리에 대출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발품과 손품을 파는 것은 필수다. ▦저축을 깨서 빚을 막아라 집 때문에 빚에 허덕이면서도 특별한 목표없이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거나, 과다한 보험을 들고 있는 경우고 많다. 목돈을 만들어서 빚을 한번에 갚으려고 비교적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금융을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다. 은행의 기본수익은 예대마진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은행 수익의 가장 기본인 것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금금리 보다 대출금리가 낮았던 적은 없다. 높은 금리의 대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저축을 해서 목돈을 만들어 빚을 갚겠다는 발상은 벌써 마이너스인 것이다. 게다가 금리상승기인 요즘에는 예대마진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면 당장에 생기는 작은 돈이라도 통장에 넣어 빚부터 갚길 권한다. 또 당장에 쓸 용도가 없는 예적금은 해지해 빚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씀씀이를 줄여라 빚을 줄이는 기본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일이다. 집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 하더라도 조금씩 갚아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하우스푸어를 탈출하게 된다. 일상적인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써 보는 게 좋다. 소득과 지출의 항목과 규모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신용카드 대신 신용카드와 비슷한 혜택을 주는 체크카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체크카드는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곧바로 결제되어 빠져나가기 때문에 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다. 또 할인점, 주유 등 꼭 필요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도 신용카드 보다 많다. 고유가 시대인 만큼 차량운행도 줄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팔아버리는 것이다. 목돈이 생겨 일부 대출을 상환할 수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돼 교통비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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