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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빈틈없는 완벽한 앙상블

공연 리뷰- NHK 교향악단 내한공연<br>지휘자 아슈케나지·피아니스트 플라이셔 달콤한 협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그 이름 앞에 거장이라는 수사를 붙이는데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휘자 아슈케나지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195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2위, 195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 1962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1위. 이른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를 휩쓸며 세계를 열광시킨 아슈케나지는 80년대 들어 체코필하모닉 지휘자로 활동하며 제2의 예술인생을 펼쳤지만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퍼 에센바흐 등 다른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만큼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지난해부터 아슈케나지가 음악감독을 맡은 NHK교향악단이 지난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연주회를 가졌다. 협연자는 아슈케나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시 거장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는 미국계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 아슈케나지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꼭 4년 전 역시 같은 콩쿠르에서 미국인 최초로 우승한 인물. 30대 중반에 피아니스트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오른손 손가락 마비 증상을 겪었지만 꾸준한 치료를 끝에 40년만에 오른손 기능을 되찾아 다시 무대에 선 불굴의 피아니스트다. 이번 연주회 첫 곡은 일본의 작곡의 토루 타케미츠의 영화음악 세곡. 이 가운데 두번째 연주곡 ‘파도의 접시’에서 아슈케나지는 실로폰 음색의 타악기 첼리스타를 직접 두드리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소품 성격의 가벼운 곡이지만 NHK와 지휘자 아슈케나지의 앙상블에서 나온 음색은 낭만주의 관현악 서곡을 듣는 것 같은 충만감을 전해준다. 두번째 곡은 레온 플라이셔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2번(KV. 414). 플라이셔의 연주는 따뜻하고 온화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아들인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부고를 듣고 그의 작품 멜로디를 인용해 만들었다는 2악장에서 비극적 서정미가 물씬 풍긴다. 모차르트 협주곡에 이어진 곡은 이날 메인 레퍼토리라 할 수 있는 브람스 교향곡 1번(OP. 68). 고전주의 교향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1악장 서주부를 연주하기 시작하는 순간 청중들은 숨이 턱 막히는 전율을 느꼈다. 일본 축구가 브라질을 따르고 있다면 80년 전통의 일본 간판 오케스트라 NHK는 교향악의 본 고장 독일을 좇고 있다. 일본 오케스트라 대표팀 격인 NHK와 일본 축구대표팀과의 공통점이라면 둘 모두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축구팀과 다른 점은 개인기만이 아니라 철저한 앙상블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종지 악장까지 한치 빈틈없이 이어진 아슈케나지와 NHK의 완벽한 호흡은 월드컵 열기로 들떠 있는 청중들에게 달콤한 예술적 휴식을 선사했다. 이 날 연주회의 승리는 아슈케나지, 플라이셔, NHK 누구 하나만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 팀 전체의 것이었다. 물론 그 중 더욱 빛을 발한 것은 지휘봉을 잡은 작은 거인 아슈케나지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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