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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 가계 이렇게 변해야 한다
입력1998-12-01 00:00:00
수정
1998.12.01 00:00:00
IMF 사태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계층은 단연 서민들이다. 경제구조를 형성하는 기초 단위인 국민 개개인과 그들이 형성하는 일차 집단으로서의 가정은 IMF 융단폭격의 가장 큰 희생자였다.서민경제 측면에서 나타난 변화의 모습은 확연하다.
우선 실업자수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10월말 현재 전국의 실업자수는 153만명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 42만명에 비해 일년새 3배 이상 늘었다.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아직 충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업자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가장의 실업은 가계를 절망으로 몰고 간다.
가계 수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센터가 최근 서울 및 신도시지역 25 ~ 49세 주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4%가 IMF 이후 가계소득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월 평균 가구소득은 185만8,000원으로 지난해 249만9,000원에 비해 25.7%나 줄어들었다.
특히 월수입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의 소득감소는 40%선에 달한 반면 월 3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16% 감소에 그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가격 폭락도 서민들에게는 악재였다. 특히 알뜰히 모은 적금에다 대출금을 보태 내집을 마련한 경우는 IMF 이후 가장 고통받는 케이스로 꼽힌다.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늘면서 전 재산인 집을 헐값에 처분해야만 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주식시장의 깡통계좌처럼 집값이 전세금보다 낮아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주택」도 양산됐다.
이같은 경제여건의 변화는 결국 건전 소비계층인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그 파급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파산 선고가 급증하면서 홈리스(노숙자)가 사회문제로 등장했고, 이혼율 증가와 고아 양산등 반인륜, 반사회적 현상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
중산층의 붕괴는 비단 경제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중산층은 단순한 중간 소득계층이 아니라 정치, 문화적으로 한 사회를 주도해나가는 핵심 게층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들의 몰락은 사회전반에 걸쳐 적지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IMF 파고를 무사히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들 중산계층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못지않게 경제 기본단위로서 일반 가정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개인이 잘되어야 나라가 잘되고 더불어 국가운영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경쟁력 확보의 요체는 한마디로 소비의 합리화로 요약된다. 맹목적인 절약과 달리 쓸 것은 쓰면서 줄일 수 있는 것만 줄여 나가는 과학적인 소비패턴을 견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김선웅(金善雄 ·사회학)교수는 『외부환경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뿐 아니라 가정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맹목적 절약이 아닌 합리적 소비선택이 가계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보호원의 황정선(黃正善)팀장도 『IMF 이후 가계 변화의 일차 표적은 소비분야』라며 『소비의 과학화와 합리화, 건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IMF 1년을 넘기면서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경기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같은 추세가 다소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 섣부른 경기회복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가계소비는 교육과 기술훈련 등 투자성 지출을 포함한다. 합리적 소비란 미래에 대비해 자신의 인적자본액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로 연결된다.
아울러 IMF 이후 확산되고 있는 정신적 공황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선웅교수는 『국민 개개인의 내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IMF에 따른 정신적 쇠진현상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범 국민적 정신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개인의 정신의지를 추스리는 한편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국민적 희망을 확인하는 공동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변화를 두려워 해 피하는 사람과 변화를 즐기는 사람 그리고 내면의 두려움과 싸우면서 변화를 쫓아가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IMF시대는 싫든 좋든 우리를 변화의 한가운데로 내몰고 있다. 어차피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현실로 닥친 위기를 그냥 위기로 넘길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은 개인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화(禍)를 복(福)으로 바꾸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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