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복심'이자 명실상부한 한화그룹의 2인자인 김연배(사진) 한화생명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47년 경력의 '한화맨'인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인재양성소인 가평 인재경영원 고문을 맡으며 후배 교육에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10일 "김 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다"며 "본인이 직접 사의의사를 밝힌 만큼 이달 말께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지난 1년간 한화생명이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부터 1년 임기를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1944년생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한 건강 문제 등이 사의표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 부임 후 한화생명은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화생명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 구조조정 전문가답게 과감한 인력 감축에 나서며 한화생명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실제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전자청약률이 지난해 말보다 2배 넘게 증가한 40%를 기록했으며 고정비는 1,000억원 이상 절감했다. 지급여력비율(RBC) 또한 지난해 320%로 끌어올리고 당기순이익 4,140억원을 달성하는 등 한화생명이 생명보험 업계 2위 자리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7년간 한화그룹의 성장과 함께해왔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의 경기고 선배인 김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68년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 금융부문 부회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투자·경영전략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 김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기도 했다.
한편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각자 대표를 맡고 있던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가 단독대표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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