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겹치는 새희망홀씨·햇살론 통합하고
미소금융은 영세 자영업자 지원 상품으로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 활성화해야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지형 변화를 가져왔다.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저신용ㆍ저소득층의 대출 비중이 빠르게 줄었다.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및 건전성을 강조하는 규제정책으로 서민금융대출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민금융회사조차 리스크 회피를 위해 담보 및 보증 위주의 대출 행태가 고착화됐다. 이는 곧 금융시장에서 저신용ㆍ저소득층의 입지 축소로 귀결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3ㆍ4분기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계층의 신용대출 건수는 64만8,553건이었지만 이듬해인 2009년 2ㆍ4분기에는 26만3,617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금융소외계층의 불만이 갈수록 커졌다. 이때 현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ㆍ미소금융 등 이른바 3대 서민금융상품이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서민금융활성화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권 말기 이들 3대 금융상품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서민금융의 공백이 찾아올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서민금융 상품, 시한부 인생(?)=금융계에서는 정부의 3대 서민금융상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서민금융상품 출범 이후 줄곧 팔 비틀기 식으로 대출 확대를 강요하던 금융 당국의 행보에 발을 맞추려다 보니 곳곳에서 무리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희망홀씨대출이다. 상호금융회사와 미소금융중앙재단에서 각각 취급하는 햇살론과 미소금융은 올 들어 대출취급 하락세가 확연하다. 반면 정부가 대출 실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새희망홀씨대출은 올 상반기 신규 취급액이 8,836억원으로 전년 동기(4,891억원)에 육박한다. 올 목표액인 1조5,000억원의 60%가량을 달성했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올해 목표치를 2조원으로 상향했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새희망홀씨대출 취급 실적을 지점 평가에 반영하는 등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다"며 "매월 말이나 연말이 되면 목표 실적을 맞추기 위해 기존 영업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저신용계층을 위해 10%대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줄줄이 출시했다. 당국의 직간접적인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이 대세다.
정부 주도 아래 운용되는 서민금융상품은 정권과 궤를 같이 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건범 한신대 교수는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의 거래 패턴상 서민대출상품이 장기적으로 유지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전시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권에서조차 3대 서민금융상품이나 10%대 소액대출상품이 올해 말 이후에는 흐지부지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서민금융상품, 교통정리 시급…2금융권 활성화도 대안=3대 서민금융상품이 서민대상 신용대출시장 조성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원 주체가 제각각이고 범 정부적인 컨트롤타워 역시 부재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지원 대상이나 지원 내용이 중복되는 비효율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던 부분이다. 실제 새희망홀씨대출의 지원 대상은 신용등급 5등급 이하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계층으로 햇살론(신용등급 6등급 이하, 연소득 2,000만원 이하)과 대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새희망홀씨대출 영업 확대에 나서면 상호금융의 햇살론 대출 취급실적이 감소한다. 풍선효과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서민금융상품이 난립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기존 서민금융권은 저신용계층의 단기자금 수요를, 기존 서민금융상품은 영세 자영업 관련 수요를 각각 수립하는 역할 재정립만이 살길이라는 지적이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3대 서민금융상품은 2금융권과 경쟁 관계에 있다"며 "내용이 겹치는 새희망홀씨대출과 햇살론 등을 통합하고 미소금융과 함께 영세자영업자들의 사업자금 지원을 위한 대출 상품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신용층을 위해 은행을 통해 소액의 신용대출을 활성화하는 대신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ㆍ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의 경쟁을 촉진,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소액금융업권'을 신설해 대부업계를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경우 기존의 제2금융권에서조차도 흡수하지 못하는 최저신용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대부업체들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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