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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군조정 '찻잔속 태풍'

■ 강남 집값 잡기 교육대책은<br>여론 거센 반발속 내년 상반기께나 윤곽<br>자립형 사립고 설립 확대 방안등도 주목

충분한 내용 검토와 사전조율 없이 터져나왔던 정부와 여당의 서울시 학군 조정 구상이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잠정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풀 꺾인 학군 조정안은 내년 상반기 실시 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돼 들썩이는 강남 집값을 잡는 강력한 수단으로 그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립형 사립고 확대 문제도 향후 강남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 교육정책으로 손꼽히는 등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맞물린 각종 교육정책들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의 연구용역 초기작업이 진행 중인 학군 조정 방안은 “강남 집값을 교육정책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번 8ㆍ31부동산종합대책 후속대책에서 일단 빠졌다. 학군 조정안은 강남 학교로 진입하는 강북 학생의 수요만큼 강남 학생이 강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강남 학부모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북의 낙후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히려 정부 대책보다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교육 관련 사업이 강남 부동산 안정화에 더 큰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강북에 대한 집중 개발을 통해 주거ㆍ교육 인프라를 강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시의 생각이다. 시는 강ㆍ남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은평ㆍ길음ㆍ아현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를 세울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아현 뉴타운은 조합설립인가 전으로 이르면 오는 8ㆍ9월께,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길음 뉴타운은 내년 초에 학교용지 매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은평 뉴타운은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중이다. 시는 특히 강북에 자사고 설립을 위해 학교법인에 대해 부지를 저렴하게 팔거나 최대 100년까지 장기 임대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존 자사고 확대에 찬성 입장을 밝혔던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 들어 “자사고를 확대하면 중학교 과열 과외와 고교 서열화가 부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확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사업 추진이 불확실한 형편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정착해 입시위주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형성될 때 자사고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단기간에 자사고를 늘릴 계획이 없음을 공언한 바 있다. 이 같은 김 부총리의 입장 변화는 그가 교육부 수장으로 임명될 당시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가 내놓았던 성명을 연상시킨다. 당시 교총은 “교육정책마저 본격적으로 경제논리로 접근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며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ㆍ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적어도 오락가락하는 김 부총리의 행보를 보면 당시 교총의 성명이 지나친 기우(杞憂)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이미 “학군 조정을 통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편 학군 조정 일정과 관련, 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동국대에 의뢰한 연구용역이 현재 자료수집 단계에 들어간 만큼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용역결과가 나오는 내년 초께 학군 조정과 관련한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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