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제조업체들이 IBMㆍ소니ㆍ지멘스 등 세계 유수의 IT업체에 비해 최근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록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 국내 금융기관에서 나왔다. 28일 산업은행이 분석,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ㆍLG전자ㆍ삼성SDIㆍLG필립스LCD 등 국내 4대 IT제조업체의 R&D 투자비중은 지난 2001~2003년에 4.6%로 세계 9대 기업의 평균인 6.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03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쏟은 삼성전자의 연평균 투자비용은 24억5,000만달러로 세계 9대 기업의 평균인 37억4,000만달러의 3분의2에 불과했다. 산은 경제연구소의 김성현 팀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R&D 투자비용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R&D 금액 역시 R&D 투자가 가장 많은 세계 2위 IT기업 독일 지멘스사(56억6,000만달러)의 43%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미국의 유명 경제전문잡지 포천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IT기업 랭킹 10위를 뽑아 이중 10위권에 진입한 삼성전자를 제외한 9개 외국기업의 평균치를 국내 4대 기업과 비교했다. 비교대상 기업은 ▦IBM(미국) ▦지멘스(독일) ▦히타치(일본) ▦휴렛패커드(미국) ▦소니(일본) ▦마쓰시타(일본) ▦도시바(일본) ▦NEC(일본) ▦후지쓰(일본) 등이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세계 9대 기업의 지난 3년간 평균이 6.2%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5.4%, LG전자 2.9%, 삼성SDI 4.1%, LG필립스LCD는 5.9%로 세계 유수기업 평균보다 낮았다. 산은은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중장기적인 기술개발보다는 단기 생산능력 확대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역으로 장기적 R&D 투자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국내 4대 IT제조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7.5%로 글로벌업체의 1.3%에 비해 월등히 높다”면서 “ R&D 투자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또 국내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재무안전성을 강화했기 때문에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78.7%로 세계 9대 기업의 292.9%보다 양호하게 나타났지만 국내 기업의 단기차입의존도는 14.7%로 외국 9대 기업 평균인 8.2%보다 높아 앞으로 장단기 차입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국내 4대 기업이 18.1%로 세계 9대 기업의 0.6%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국내 기업의 주요 매출제품인 휴대전화ㆍLCD 등의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관련이 있는 유형자산 증가율도 국내 4대 기업이 5.9%, 세계 9대 기업은 -6.0%를 기록했으며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중도 국내 기업이 14.9%로 세계 기업의 4.6%를 크게 앞섰다. 산은 경제연구소는 “국내 IT제조업체들이 반도체ㆍLCDㆍPDP 등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대형 선도기업에 치중되고 있고 부품 해외의존도가 높은 게 흠”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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