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들어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와 헤지펀드를 비롯한 단기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2조4,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 팔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돼야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멈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 금리 동결 결정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다소 진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한 때 부각됐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인들은 이날 또 다시 유가증권시장에서 6,157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지수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외국인들은 전날 1조997억원의 매도 우위로 사상 3번째로 많은 금액을 팔아 치운 것을 비롯해 이달에만 2조4,098억원을 매도했다. 지난 2년동안 54조원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올들어 이머징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문제가 부각되자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도한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글로벌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 금액이 유출되는 등 최근 외국인의 움직임이 단순한 차익 실현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지난 2007년처럼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본격적으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2009년부터 2년간 사들였던 주식을 팔아 선진국 시장으로 발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단기 거래에 치중하는 세력들의 매도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월 외국인들의 매매 현황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영국과 네덜란드ㆍ프랑스 등 유럽계 자금이 순매도 상위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규모도 총 2조4,000여억원에 이른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의 국채 만기가 오는 3월에 집중 도래한다는 점에서 이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유럽발 위기가 특별히 고조되는 국면은 아니지만 지난해 5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본격 부각됐을 때 유럽계 금융기관이 국내 증시에서 집중적으로 매도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외국인 매도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조세회피지역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들도 지난 1월 3,539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장기 투자 성격의 미국 자금은 지난 1월 2조9,841억원을 순매수해 전월 대비 오히려 79.4% 급증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증시가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본격 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외국인들의 본격적 이탈이 진행됐던 2007년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MSCI 한국 기준)를 넘었지만 현재는 10.14배에 그치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증시의 (상대적) 이익 모멘텀이 선진 증시에 비해 낮지만 (절대적 수준에서) 이머징 국가의 고성장과 선진국의 저성장이라는 장기적 트렌트까지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지난 2년간 한국 증시가 많이 오른 데다 신흥국의 인플레 부담이 외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가 잦아들기 위해선 인플레가 진정 기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