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업사냥꾼’ 무더기 적발

사채를 끌어다 기업을 인수한 후 3자 유상증자 등 방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해 인수대금을 치르고 껍데기만 남은 기업을 되팔아 개미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힌 `기업사냥꾼`들이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지검 금융조사부는 31일 정상적인 기업 M&A(인수ㆍ합병)인 것처럼 꾸며 코스닥등록사 6개와 상장사 1개 등 9개사를 인수한 뒤 85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기업 대표 7명을 구속하고 4명을 지명수배 했다. 이인규 금융조사부장은 “최대주주가 빈번히 바뀌고,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가 많고, 공시했던 내용을 철회하는 경우가 잦은 곳은 기업사냥꾼이 개입됐을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우량기업들 `폭탄 돌리기`로 쓰러져= 코스닥기업 유니씨앤티는 2001년 백모(44ㆍ구속)씨에게 넘어가기 전만 해도 현금만 185억원을 보유한 우량 회사였으나 20개월 동안 3번의 `폭탄 돌리기(부실기업 사고파는 것)` 끝에 350억원이 빼돌려져 부도처리 됐다. 백씨는 사채로 회사를 산 뒤 어음을 마구 발행해 180억원을 횡령했고 8개월도 지나지 않아 회사는 부도 위기를 맞았다. 백씨는 다른 기업사냥꾼 전모(수배중)씨에게 회사를 팔아 넘겼고, 전씨도 80억원의 회사 예금을 빼 쓰다 지난해 3월 김모(구속)씨에게 되팔았다. 김씨는 허위 계약서로 사기대출을 받고 이모(구속)씨와 공모해 주금 가장납입(가짜로 돈을 넣은 것처럼 꾸밈)으로 마련한 주식을 팔아 90억원을 챙겼다.

반도체제작기계를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던 유망기업 다산C&I도 김모(39ㆍ구속)씨 등 3명의 기업 사냥꾼들이 6개월간 무차별적으로 벌인 인수-횡령-매각과정을 거치면서 40억원의 회삿돈이 유출돼 결국 부도처리 됐다.

◇3자 유상증자 가장납입으로 횡령= 코스닥사인 고려전기 대표 조모(29ㆍ구속)씨는 사채로 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뒤 16억여원을 횡령하고 유상증자 과정에서 사채로 가장 납입해 늘어난 주식을 사채업자와 나눠 갖는 등 주주들에게 32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벤처기업 넥스젠 대표 주모(40ㆍ구속)씨는 가장납입으로 업체를 만든 뒤 지난해 증자대금으로 유입된 돈 3억원을 횡령하고 가장납입으로 발행한 주식을 처분해 2억원을 편취했다.

◇CD 담보 대출금 빼돌려 횡령사실 은폐= 조씨는 또 회삿돈으로 자금세탁에 많이 이용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발행한 후 이를 담보로 대출 받아 회계상으로 자금이 회사에 남아 있는 것처럼 처리, 횡령사실을 숨겼다. 윤모(33ㆍ구속)씨는 2001년에만 장외기업인 엘베테크놀로지의 CD 37억원을 차입 담보로 제공해 빼돌리고 21억원을 횡령하는 한편 코스닥기업인 카리스소프트의 돈 26억원도 빼돌린 데 이어 가장납입으로 유상증자해 획득한 주식 100만주를 개인채무 담보용으로 제공해 횡령했다.

◇상장사도 표적 돼= 상장기업인 베네데스 최모(43ㆍ구속)씨는 사채 차입금으로 회사 경영권을 장악한 뒤 현금과 어음 110억원을 개인채무 변제 등으로 횡령했다. 최씨는 최근 다른 상장사 J사의 주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금감원에 고발된 상태다.

<고광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