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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에 열린 LG그룹 임시 임원세미나는 평소와 달랐다. 통상 임원 세미나는 구본무 회장의 발언과 외부 강사 초청강연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 게 관례지만 이날 세미나는 이런 틀을 깨고 외부강사 없이 구 회장의 발언으로만 진행됐다. 이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세미나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구 회장은 1시간 이상 임직원들에게 "평범에 안주했다" "시장 선도 없이는 생존도 없다"며 전에 없이 강한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다.
구 회장은 이날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감안해볼 때 올해 말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성과 보상급 격차 대폭 확대 등의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첫째 방안은 '시장 선도 제품' 없이는 LG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이를 위해 임원 인사에 재무성과 외에도 '시장 선도'를 대폭 반영할 방침이다. '안전성'을 강조하는 LG 인사 스타일로 봐서는 예외이고 구 회장이 직접 인사평가 항목을 밝힌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시장 선도' 제품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직원들 간 성과 보상금 격차를 더욱 크게 확대한다는 것도 구 회장이 내세운 방안이다. 특히 연구개발(R&D) 직원들의 경우 본인이 낸 특허가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를 당사자에게 상당 부분 분배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특허 이익을 해당 직원에게 나눠주지 않거나 이익을 분배해도 소규모다. LG는 이익분배 몫을 대폭 확대해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 간의 성과급 격차를 대폭 확대한다는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LG그룹의 경우 성과급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구 회장은 직원들의 보상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고 인식한 것이다.
세 번째는 LG 경영방식인 'LG Way'의 재정립이다. 구 회장은 이에 대해 '시장 선도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Way의 핵심 목표는 '일등 LG'인데 여기에 '시장 선도 일등 LG'를 접목한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시장 선도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LG 모든 임직원에게 실행을 다짐하기 위해 임시로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마누라ㆍ자식 빼고 다 바꿔라)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며 "올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있는 연말에 LG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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