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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먹방 찍다 분노의 역류 부른다

입맛 좋아지는 봄철 … 역류성식도염 주의보

평소 야식을 자주 먹거나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은 후 가슴 통증 등을 느낀다면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의료진이 한 여성 환자에게 역류성식도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야식 후 바로 자면 위산 역류 가능성 커 가슴타는 듯한 통증·신물 등 증상 발생

방치 땐 식도암 등으로 악화될수도

약물치료는 한계… 식습관부터 고쳐야… 탄산음료·커피 등 섭취 최소화를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TV 시청 등을 하며 야식을 자주 즐기는 직장인 김미애(31)씨는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먹은 음식이 다 소화도 되기 전에 잠들기 일쑤다. 다음날 아침이면 늘 속이 불편했던 김씨는 급기야 가슴이 화끈거리며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느껴 부랴부랴 인근 병원을 찾았다. 내시경 검사를 받은 김씨는 잦은 야식으로 인해 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염증을 유발하는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의사로부터 잠들기 2시간 전에는 가급적 아무것도 먹지 말고 당분간 기름진 음식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 받았다.

봄철이 되면 운동량이 많아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입맛도 좋아져 과식을 하거나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게 된다. 특히 취침 전 늦게 먹는 야식은 역류성식도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장 내에 있어야 할 위산이 바로 위에 위치한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돼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역류성식도염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주로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물감)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신물 올라옴, 신트림, 속쓰림 등을 꼽을 수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하는 하부식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발생한다. 괄약근은 특정 기관의 개폐에 관계하는 일종의 밸브 역할을 하는 고리 모양의 근육으로 평소 위산의 역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고 역류한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식도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홍성수 비에비스 나무병원 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조직과 같이 변하는 바렛식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바렛식도는 식도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라고 설명했다.



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오면 만성 기침이 생기거나 목이 쉴 수 있고 후두염·천식 등의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역류성식도염을 간혹 오랜 감기 증상이나 목 통증, 심장질환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반적으로 과식을 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경우 이 같은 증상이 심해지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역류성식도염은 먹고 바로 눕는 등의 잘못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눕거나 구부린 자세를 취하는 경우에도 위 속의 음식물이 위식도 연결부위까지 올라오면서 위산이 역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밤늦게 먹는 야식의 경우 음식물이 소화도 되기 전에 잠이 들게 되면서 위산 역류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위산을 막아주는 밸브 역할을 하는 식도 괄약근을 약하게 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과 알코올 등은 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과도한 흡연과 커피·탄산음료 섭취 역시 역류성식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단 받는다. 식생활습관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위산분비 억제제와 위장관운동촉진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재발하는 경우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복강경 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식도 아래 부위를 위장의 윗부분으로 감싸 느슨해진 하부식도 괄약근을 조이는 방법인 '복강경 위저추벽성형술' 수술법은 느슨해진 밸브를 조이는 효과가 있어 재발이 잦은 역류성식도염 환자에게 보다 확실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박중민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역류성식도염 환자는 극심한 가슴 통증 등에 시달리며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고통을 받는다"며 "자칫 방치될 경우 식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류성식도염은 장기적 약물 치료로는 한계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재발이 잦고 치료기간이 오래될 경우 수술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역류성식도염은 식습관과 연관이 크고 재발이 잦은 만큼 평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류성식도염이 발생하면 우선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류성식도염을 예방하려면 지나친 음주나 기름진 음식 섭취를 자제하고 탄산음료와 과일주스·커피 등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음료와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멀리하거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잠자기 직전 간식을 먹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이미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가능하면 오른쪽보다 왼쪽 방향으로 눕는 것이 좋다. 왼쪽으로 누우면 위의 구조상 소화되기 전 음식물이 하부식도괄약근에 자극을 덜 줘 위산 역류를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껌을 씹어 타액을 많이 분비시켜 역류한 산을 중화시키는 것도 증상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다. 저녁식사를 너무 늦지 않게 하고 과식하지 않는 한편 취침시 상체 부위를 약간 높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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