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ㆍ내수의 동반위축으로 국내 경제 역시 'L'자형의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저소득층·저신용 계층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함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부실을 선거 이후로 이연시키는 행위에 대해 금융권이 사실상 '희생양'이 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은행권과 함께 과거 연체기록이 있어도 대출에서 원천배제하지 않고 대출자의 상황능력을 평가해 대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희망홀씨대출'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지원규모도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시중은행들은 이와 별개로 자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3일에는 하나은행이 최저 연 8% 소액신용대출, 새희망홀씨대출 최고금리 2%포인트 인하 등의 서민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프리워크아웃 대상을 단기연체뿐만 아니라 연체가 없지만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대출자에게도 적용해 최저 7%까지 금리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여타 은행도 금리인하, 대상 확대 등의 서민금융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용보증기금은 신보의 보증을 받고 대출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 약 37만명의 대출 원금 및 연체이자를 줄여주기 위해 분할상환 금액의 5%(기존 10%)만 갚아도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한다. 캠코 역시 채무성실상환 고객의 생활안정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캠코 두배로 희망대출(소액대출)'의 대상을 법원의 개인회생자로 확대했다. 소액대출 지원금액도 1,000만원(기존 500만원)으로 넓혔다.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은행이 사들여 다시 원주인에게 임대(세일앤드리스백)하는 방안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동안 우리금융과 국민은행 등이 관련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가뜩이나 실적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회사들에 정부가 가혹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리볼빙 제도나 손해보험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추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가 하면 은행들을 부실확산 차단을 위한 방패로 삼는 데 대해 대놓고 불만의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고위임원은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를 전면에서 막아야 할 정부가 최근에는 오히려 더 수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이런 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언제까지 감내만 하고 있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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