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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경제부도” 문책론 확산
입력1997-12-06 00:00:00
수정
1997.12.06 00:00:00
김인모 기자
◎지나친 낙관론·위기 은폐로 파탄 책임추궁 마땅/외환보유 허위보고등 사정당국 본격 수사해야예고된 국가 부도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경제주권을 넘기고 「대기성 차관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데 이어 5일 실제로 55억달러의 구제금융이 국내에 들어오자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비등하다.
우선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단기적으로 지나친 낙관론과 위기의 은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봄부터 경제계에서 정부의 위기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과 함께 경제운영의 틀을 저성장기조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11월 들어서도 정부가 외환보유액에 대해 진실을 호도하고 심리적 대응 일변도의 태도를 보인 것은 중차대한 상황판단의 오류라는 지적이다.
특히 11월말까지도 정부는 약 2백4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동성 자금은 80억달러에 지나지않고 나머지는 국내은행·종합금융사 등의 해외현지법인에 잠겨 있는 부실채권이었으면서도 『국제수지가 개선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3백억달러가 넘어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대국민 호도를 서슴지 않았다.
또한 한국금융연구원 등 중요 연구기관들이 지난 4월 『경상수지적자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로 대외채무 지불이 불가능해지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으나 강경식전경제부총리나 이경식한은총재 등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물론 국가부도 사태를 유발한 근저에는 청와대와 정부외에 정치권도 한몫 거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은 지난 7월 기아부도 사태가 발생하자 연말 대선을 의식해 우물쭈물하는 행정부에 대해 강력한 질책과 대안마련의 의사표시를 유보해왔으며 금융계도 부도유예협약 등의 비정상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심지어는 협조융자라는 자유시장원칙에 반하는 임기응변에 주력했었다.
특히 정치권은 11월 들어 외환시장의 위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마치 금융실명제가 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인 것처럼 일제히 실명제 폐지와 무기명채권 발행 등의 비논리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더욱이 금융감독기구 통합관련 법안을 놓고 정치권이 진지하게 논의해 처리하지 않고 서로 상대당의 눈치를 보면서 국회 계류를 유도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정치권은 5일 일제히 국가경제위기를 초래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대선후 국정조사권의 발동 등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으나 자성이 앞서지 않는 인책론은 또다른 「마녀사냥」이 될 뿐이라는 지적이 높다.
물론 외환보유액의 허위보고 등은 비록 실무진의 정책적 판단에 속하는 사항이라하더라도 규명되어야 하며 검찰도 법률적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위당국자들의 정책적 판단에 개인비리가 연관되어 있다면 사정당국은 당연히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93년 우루과이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쌀시장 개방을 놓고 연이어 장관 경질이 이루어졌음에도 결국 대외협상에 실패한 점을 상기해 볼 때 문책을 하되 신중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김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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