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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 급락] 투자처 못찾은 돈 “채권으로”
입력2003-01-15 00:00:00
수정
2003.01.15 00:00:00
정문재 기자
국고채 등 지표금리의 급락은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투자대상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억제책으로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이 떨어지자 시중자금은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경제환경이 불확실해지자 주식을 사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처럼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기 어렵자 돈이 채권으로 몰려 채권값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채권금리의 속락은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북핵문제 등 불확실한 요인이 첩첩히 쌓여 있는 상황이라 기업은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이 억제되자 은행 등 금융회사는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돈을 굴리고 있다. 이처럼 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시중자금은 줄지 않아 채권금리가 계속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단기부동자금 370조원 웃돌아=경제상황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에 개인이나 기업을 가릴 것 없이 주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말 현재 은행 등 금융권의 단기자금규모(은행 요구불ㆍ수시입출금식 예금, MMF 등)는 약 370조원을 넘어섰다.
올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달들어 투신사 MMF 잔고는 약 9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 연말 기업들이 결산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회수한 자금이 연초부터 다시 쏟아져 들어오면서 단기자금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신사들은 아예 MMF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채권발행은 크게 줄어=MMF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정작 채권 발행 물량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 11월 반짝 1조4,000억원의 순증 발행을 기록했을 뿐 12월에는 다시 순상환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달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연초인 탓에 회사채 발행수요는 거의 바닥수준이다. 이라크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니 회사채 발행 필요성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고채 발행도 마찬가지다. 국고채는 매월 2조원 가량 발행되지만 이달에는 8,2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성철현 LG투자증권 채권운용팀장은 “금융회사로 돈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채권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정작 채권은 별로 없어 수익률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금리상승 어려워=현재로서는 채권금리가 계속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라크 전쟁, 재계와 새 정부의 마찰 등으로 당분간 기업의 투자수요는 살아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권경업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채권금리도 당분간 상승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한국은행의 통화금융정책에 대한 비난의 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콜금리 추가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했다면 최근과 같은 금리하락은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콜금리를 올리기 어렵지만 지난해에는 0.25~0.5%포인트 가량 콜금리를 추가 인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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