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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기장명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장운영본부 사장
입력2004-01-25 00:00:00
수정
2004.01.25 00:00:00
누구나 살면서 한가지쯤 푹 빠지는 것이 있다. 나도 그 동안 열심히 한 것이 몇 가지 있고 모두 보통 수준은 넘게 했다. 그 중 골프는 20여년동안 연습으로, 필드 섭렵으로, 남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그래서 입에 거품 물며 플레이 기록들을 말할라치면 거의 `뻥`쟁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평생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홀 인을 통산 여덟번 했다. 281미터짜리 파4홀에서 드라이버로 티 샷 홀인 시킨 것도 있다. 골프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75~76타의 스코어를 기록했고 이글의 횟수는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300여개는 되는 것 같다. 한 라운드에 이글을 세 번한 적도 있다.
홈 코스인 광주CC 백 티에서 당시 전국사회인 골프대회의 챔프들과 용호상박전을 벌인 어느날은 첫 홀 버디를 시작으로 이글, 버디, 홀인원 등 4번홀까지 무려 6언더파를 친 적도 있다. 이 정도 되면 흥분 안 할 사람이 거의 없을 터, 나도 흥분하며 결과는 65타였다. 결국 베스트 스코어인 63타를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거리가 될 만한 기록이다.
그러나 더욱 기억에 남는 라운드가 있다. 사실 앞서 말한 것은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결코 뻥이 아님을 알리고자 하는 변명 같은 화두 인데 너무 길었던 것 같다.
10여년 전 어느 초여름 잔비가 적당히 내리는 날이었다. 용인 한화프라자 라이온코스, LPGA경기를 며칠 앞두고 연습플레이를 동반해주라는 부탁을 받고, 지금은 정치활동중인 Y친구와 그 후배, 여자 프로골퍼 등 4명이 한 조가 되어 오전 일찍 플레이하게 됐다. 6번홀까지 오는 동안 버디 2개에 OB 하나로 이븐 파를 치고 있던 중 Y친구가 슬쩍 귀엣말을 했다.
“지난 번 함께 플레이했던 친구가 저 아우에게 9홀에 4점은 너무 많고 2점 정도 받으면 적당하다고 일러 보냈는데 혼 좀 내주게.”
순간 `뭔가 보여 줘야 겠군`하는 생각이 들어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7번홀을 파로 마친 뒤 8, 9, 10, 11, 12, 13번홀 까지 6개홀 줄 버디.
동반자들이 모두 `죽겠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잠시 방심해 14번홀은 2온 3퍼트로 보기.
부아가 치밀어 다시 신경을 쓴 것이 15, 16, 17, 18번홀 등 남은 4개홀을 버디로 마쳤다.
경기 보조원 아가씨가 “6년 동안 일하며 많은 프로골퍼들의 스코어를 적어 봤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라며 내민 스코어를 보니 8번홀부터 11개홀 중 `-1`이 10개, `+1`이 하나였다. 전반 9홀 34타, 후반 9홀 29타, 합계 63타로 내 베스트 스코어 타이였다.
<김경중 삼성증권 기초산업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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