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며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공모채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등급 A급 이상의 회사들을 중심으로 공모채 발행이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모채로 발행되는 A급 회사채의 금리는 2~3%대로 시중금리보다 높고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10만원 단위로 청약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8월 중순 이후 공모채 발행을 위해 사전 수요예측이 예정된 기업은 10곳에 이른다. SK하이닉스(000660)·대한항공(003490)이 오는 18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하고 대한제당(001790), GS EPS, 한국투자캐피탈, 휴비스(079980), 만도(204320), BNK금융지주(138930), 삼성SDI, 풍산(103140) 등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 A급 회사채로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공모채 발행의 흥행을 이끌 주인공은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한 SK하이닉스다. AA-로 신용등급 상승에 6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자 공모채 발행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을 발행 주관사로 삼고 만기 5년과 7년으로 3,000억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이다. 수요예측에 따라 1,000억원 이상 증액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가 공모채 시장에 등장하자 IB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으로 계속될 자금조달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5년물 개별민평(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의 평균) 금리는 7일 기준 2.409%. 2012년 발행 당시에 비해 금리가 1%포인트가량 낮아진 만큼 회사 입장에서 이자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BBB급에 비해 금리 수준은 2%포인트 이상 낮지만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량 공모채로 SK하이닉스에 주목하고 있다. A-등급의 대한항공도 KDB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3년물 1,500억원의 공모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유통시장에서 항공사 회사채가 강세를 보이는 점에서 발행시장에서도 흥행이 점쳐진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실적부진으로 신용등급이 추락하자 8월 초 회사채 시장이 주춤하는 영상을 보였다"며 "하반기에는 우량기업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금리 수준이 높았던 BBB급 회사채 투자수요가 A급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들어 AA급 금리는 이미 2%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자연히 3~5%대 금리를 주는 BBB급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A급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이 BBB급으로 추락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 채권사업부 담당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2%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보장되는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며 "물량을 확보하려는 고액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도 증권사 HTS를 이용해 10만원 단위로 채권거래를 할 수 있는 만큼 공모채 발행에 대한 투자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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