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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가 개인정보 보호조치 등을 강화하며 '유통현장 쇄신'에 나선 이유는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는 위기의식 탓이다. SK텔레콤이 '종이 없는 대리점' 제도를 세 번 이상 어길 경우 안심 대리점 자격을 빼앗는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통 3사의 휴대전화 판매점은 온라인 판매점까지 포함해 지난 2008년 1만5,000곳에서 지난해 말 2만7,000여곳으로 급증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 대리점ㆍ판매점을 '믿기 어렵고 불친절한 곳'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이통사 관련 가입자불만 건수도 69%나 늘었다.
특히 개인정보의 경우 최근 수 년간 매년 한차례 이상 금융ㆍ정보기술(IT)업계 등에서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그만큼 이동통신사와 가입자들의 경각심도 높아진 탓으로 분석된다. 옥션이나 네이트, 넥슨, 현대캐피탈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사실상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대거 새어나갔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이용한 가입자 정보 처리 외에도 매월 1회 이상 '보안의 날'을 정해 본사에서 대리점들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종이없는 대리점'으로 운영된 대리점 300곳에서는 가입신청서 유출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통사들이 매입하거나 임대용으로 재활용하는 중고 휴대전화의 경우 본사 감독 하에 초기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인정보 우려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지난 2009년부터 대리점이 접수한 가입신청 서류 등을 가입자에 바로 돌려주도록 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외에 이통사들이 공을 들이는 부분은 '바가지' 없는 대리점의 실현이다.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의 최대 불만이 '매장마다 다른 가격'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번 개인정보보호 강화 대책과 함께 '휴대전화 가격상한제'인 'T-펀(Fun)' 제도를 3월 중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대리점에서 일정한 가격이상으로 휴대전화를 팔 수 없도록 해 가입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LG유플러스도 대리점에서 가입자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의 폭을 제한하는 '보조금 밴드제도'로 사실상 비슷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해 '페어 프라이스'제도로 어느 대리점에서나 '공정 가격'을 참고해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지식경제부 주도로 도입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도 대부분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모두 시행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이동통신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오는 5월 블랙리스트 제도까지 시행될 예정이라 이동통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가입자식별카드(USIM)만 바꿔 끼우면 어느 휴대전화든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이전처럼 굳이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가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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