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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입력2002-08-07 00:00:00
수정
2002.08.07 00:00:00
가의(賈誼)는 중국 전한(前漢) 제3대 황제인 문제(文帝) 때의 수재로서 조정에 발탁되어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황제가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는 길을 묻자 "앞서 간 수레가 잘못하여 뒤집어진 자국은 뒤에서 오는 수레에 좋은 경고가 된다(前車之覆轍 後車之戒ㆍ전거지복철 후거지계)는 속담을 소개하면서 과거 역대 왕조의 잘한 일을 본받고 잘 못한 일을 피하는데 나라를 잘 다스리는 열쇠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다.
황제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농업을 장려하고 검약의 기풍을 진작하며 사치를 금하는 한편 백성들 사이에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풍조를 일으켜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한서(漢書)는 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전철(前轍)이란 말도 이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한 일들 특히 경제정책을 되돌아보면 잘못한 일 보다는 잘 한일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가장 가난한 나라의 대열에서 벗어나 부자 나라들의 모임인 OECD의 당당한 멤버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런 상승의 과정에는 숱한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고 그 중에는 지금까지도 실패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정책들이 적지 않다.
그 중의 하나로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아래 추진 됐던 농공단지 건설사업을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지금도 농촌을 여행하다 보면 넓은 단지에 몇 개의 공장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거나 아예 텅 빈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충남에는 50만평 짜리 공단에 단 한 개 공장만이 들어선 곳도 있다 한다.
좋은 취지로 출발한 정책이 이처럼 참담한 실패로 끝난 이유에 대해서는 입지 여건이나 고객을 무시한 채 명분에만 집착한 때문이었던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급자의 머릿속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이 현실에 접목이 될 수 없는 공허한 그림이었다는 얘기다.
요즘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아래 영종도ㆍ송도ㆍ김포매립지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 외국인이 사업을 하고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는 지역으로 만드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한다. 농공단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성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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