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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원기업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굴뚝산업을 대표하는 콘크리트 제조업체였다. 이러한 굴뚝산업의 대표주자가 세계적인 특허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원기업의 신개념 가로시설물인 '디자인폴'이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에 청신호가 켜진 것. 이미 미국 시장에 15만 달러 규모의 수출이 이뤄졌고, 연말까지 50만 달러에 달하는 주문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 원부성(사진) 원기업 회장은 수출 계약이 속속 성사되고 있어 내년에는 200만 달러 이상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자인폴'은 콘크리트에 천연석을 혼합, 연마 가공해 특허 출원한 친환경 가로시설물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리석 돌기둥(Marble pole)이라 불리기도 한다. 자연석과 콘크리트를 섞은 신소재를 이용한 기둥형 가로시설물로 가로등·도로표지판·안내판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폴의 원천기술은 일본 요시모토폴사에서 가져왔지만, 원기업은 원천기술에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더해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오히려 역수출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요시모토폴사는 생산 비용이 높은 자사의 사이타마 공장 대신 원기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할 것을 전격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요시모토폴사는 연내 산업단지 지정이 확정되는 원기업의 양주공장 부지 12만 4,000㎡에 디자인폴 전용공장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 약 1,000만 달러(약 102억원)에 달하는 투자협정서 체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원기업의 디자인폴 전용공장은 내년 중 완공되며, 연간 500억원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연간 총 생산의 80% 이상(약 4,000만 달러 규모)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원 회장은 "일본의 안정된 자금력과 영업력에다 원기업의 생산성·기술력·디자인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며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선진국 등 해외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초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토렌스 지역에 현지 사무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원 회장은 "캐나다는 한대 지방이라는 기후적 특성으로 국가 재정이 많은 부분이 제설 작업에 투입되는데 바로 여기에 틈새 시장이 있다"며 "제설제로 인해 도시의 각종 철제 가로 시설물이 쉽사리 부식되고 도시의 경관이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철제 폴 대신 콘크리트 전주로 교체하고 있으나 이 또한 문제가 많아 가장 적합한 대체재로 디자인폴이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캐나다 시장을 뚫기 위해 원 회장은 내달 중 현지 출장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같은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제품 상용화에 가장 핵심적인 연마 기술을 위해 초정밀 자동제어 시스템 개발에 100억원이 넘는 연구비가 대대적으로 투입되면서 원기업은 최근 몇 년간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뚝심있게 연구개발을 밀어부쳐 '디자인폴'이란 세계적인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원 회장은 "디자인폴 전용공장이 가동되면 더 많은 신규 직원을 채용하게 되고 그것이 사업가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인내해준 직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해 주는 등 최대한 보상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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