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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쇼크] 20. 프랑스-늑장개혁의 代價

연금 연령 낮추고 20년만에 '벼랑끝' >>관련기사 "정부 믿고있다간 예기치않는 고통" 프랑스 파리에 사는 삐에르 드보(75) 씨는 비교적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아이들에게 투자하듯' 연금에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기본연금과 함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손가락 하나와 맞바꾼 군인연금, 미용사였던 아내의 연금을 합치면 한창 일할 때 소득의 70%정도는 매달 손에 쥘 수 있다. 꽤 넉넉한 돈이다. 그는 이 돈으로 재혼한 아내 오드리(64)와 일주일에 3~4일은 집을 비우고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요즘 연금지급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이 즐거움을 빼앗겨 버리지나 않을 까 걱정부터 앞선다. "젊은 사람 수가 자꾸 줄었으니까 연금을 깎아야 한다면서 왜 근로시간은 주 35시간까지 줄이는 건지 원." 그는 언제나 책임지기 힘든 약속을 하는 정치인들이 밉기만 하다. ▶ 위기에 직면한 연금 드보씨의 불만은 노인복지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프랑스의 연금시스템이 어디에 와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불행히도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추락할 벼랑 끝이다. 프랑스는 과거 50년동안 인구통계학적으로 2가지 중대한 변화를 경험했다. 평균수명이 10~12년 늘어난 반면 경제활동에 진입하는 나이가 평균 5년이 늦어진 것이다. 인구구조는 지난 2000년 이미 65세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15.8%에 달해 고령화사회보다 한단계 위인 고령사회로 들어선 상태. 그 결과 연금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0년 국내총생산(GDP)대비 12.1%를 차지했던 프랑스의 연금 공공지출이 2040년에는 15.8%까지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파산직전의 연금을 개선시키려는 정부의 고민도 크다. 백서(1991년), 시몬 웨일 개혁안(1993년), 토마스법(1997년), 샤르핀 리포트(1998년), 조스팽 선언(2000년)등 그동안 프랑스정부가 연금개혁을 위해 내놓은 개혁안과 제안들이 잇따른 점만 봐도 고심의 강도가 얼마나 큰 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늙은 제도는 시한폭탄 그러나 연금개혁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노인들과 근로자복지를 모두 장담하고 있으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 때문에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칠 위기에 처해있다.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금을 삭감하자니 노인들의 반발이 거세고, 돈을 더 벌어들이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자니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마구 쏟아져 나온다. 진퇴양난이다. 프랑스가 이렇게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전통적인 연금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늑장을 부리고 때로는 심각한 오류까지 범했기 때문. 지난 83년 미테랑정부는 실업을 해결한답시고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고령화의 충격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한 악수였다. 당시에는 그만큼의 재정부담이 더 들어간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지난 98년 정부가 법정근로시간을 주38시간을 주35시간으로 줄이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장 강두아 프랑스 경제인연합회(CNPF) 회장은 "이런 결정은 경제논리를 배제한 이념적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쟈끄 비쇼 리용 대학 교수는 "현재 근로자 10명이 노인 4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40년이면 이 숫자는 7명으로 불어날 전망이어서 획기적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 한 현시스템은 붕괴될 게 뻔하다"고 진단한다. 영국 BBC방송은 "회색빛의 프랑스 연금제도는 시한폭탄"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 개혁을 미룬 대가 프랑스 정부는 60년대 핵가족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자 노인복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가가 모든 노인을 보편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라록 보고서(1962)'가 그 토대다. 노인을 '제3세대'라고 부른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퍼주기식 연금에서 시작된 노인들의 풍요로움은 국가재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연금개혁을 미룬 대가다. 프랑스의 고통은 우리에게 개혁은 늦출수록 힘들어진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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