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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학 노트] 이상택 안양병원 이사장
입력2000-12-12 00:00:00
수정
2000.12.12 00:00:00
[장수학 노트] 이상택 안양병원 이사장
늙음은 병인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은 쇠퇴해 간다. 몸이 쇠퇴해감에 따라 정신적 에너지도 감퇴되어간다. 감정의 활동도 둔해져서 굳어지며, 기억력은 쇠약해져서 어떤 종류의 지력(知力)은 감퇴한다.
따라서 외부의 자극을 느껴서 그에 반응하는 속도는 더디어진다. 우리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거기서 또 다른 말들을 연상한다. 예컨대 혁명이란 말을 들으면 4ㆍ19, 소련, 프랑스 등을 연상한다. 그렇게 연상되는 말의 수효가 나이 들면 들수록 적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상을 하는 작용도 적어져 머리 속에는 같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관념의 내용이 빈약해지는 것이다.
대체로 고령자를 접촉하는 사람들이 인식케 되는 이런 경향은 고령자의 정신이상 초기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스위스의 정신 의학자 롤샤하가 고안해낸 테스트에 롤샤하 검사 라는 곳이 있다. 이 검사는 백지에 잉크 얼룩을 칠해놓고 무엇으로 보이느냐고 물어서 그 사람의 마음의 경향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 검사로도 노인의 정신세계가 이 같은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말하기를 노령은 그 자체가 병이다. 라고 했는데 그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프로게리아 라는 병이 있다. 태어난 지 3년쯤 되면 성장이 멎고, 피부에 주름살이 생기며, 백발이 되면서 노인 같은 상태가 된다.
이름은 소아기의 병인데, 10대가 되어서 발생하는 것을 연장(年長) 프로게리아 라 하며, 유전적인 조발성 노화다. 20세 미만에 발병하는데, 젊으면서도 대머리가 시작되고, 백발이 되며, 고령자에게 많은 눈병인 백내장을 보이고, 동맥경화가 되는 따위의 노화현상을 나타낸다.
여류작가 시몬느 보봐르는 1968년1월12일에 캐나다의 한 병원에서 10세에 죽은 여자아이를 예로 들고 있는데, 그 아이의 형제는 11세 때 같은 병으로 죽었다. 아마도 두 사람이 마찬가지로 이 병이었나 보다. 이 여자 애는 죽기전에 90세 여성 같은 얼굴이었다고 한다.
만일 보통 노화현상이 이 병과 같은 것이라면, 보통 고령도 병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평균에서 벗어난 것을 병이라고 본다고 하였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나타나니까 병으로 볼 수는 없다.
보통 병으로 간주하는 오인성 난청ㆍ전립성 비대ㆍ백내장 등을 병이면서도 병이 아니다 라고 일컫는 까닭은, 나이가 들수록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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