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이 장기적으로는 선가 인상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 하락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선가 인상 및 선박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 상황을 기대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ㆍ현대제철 등이 오는 5월부터 후판 가격을 10%가량 올릴 방침임에 따라 조선업계는 이에 따른 선박건조 원가구조를 긴급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통상 선박건조 비용 중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배에는 후판 외에도 구조용 형강, 엔진 등에 들어가는 각종 주물ㆍ철강제품이 대거 쓰여 전반적인 강재 가격 상승은 선박건조 원가를 크게 높인다. 조선업계의 분석은 아이러니하게도 후판 가격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꼭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 하락의 원인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선가 상승의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가 후판 가격을 전년 대비 36.3% 인상한 지난 2004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2004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1.1%와 -2.3%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2005년 영업이익률 0.9%로 흑자전환한 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각각 7%, 11.3%, 11.1%, 10.5% 등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이 기간 포스코는 2007년 13.3%, 2008년 38.3% 등 후판 값을 추가로 인상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각각 1.6%, 5.4%, 7.1%, 6.1%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등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후판 값 상승 이후 오히려 조선업계 영업이익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선가 협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보통 배는 계약 후 2~3년 뒤 건조에 들어가는데 선가를 정할 때는 2~3년 뒤의 철강재 값을 예상해 산출한 비용을 놓고 선주와 협상한다"면서 "2004년 이후 후판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선주들과 협상해 선가가 높아졌고 2006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 선주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발주를 앞당기고 있는 것도 후판 값 상승을 예측하고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전개해 보다 싼값에 배를 발주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원가 상승은 전세계 조선소 공통의 문제여서 앞으로 선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소한 올해까지는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업체는 선수금을 받아 자금난을 해소하고자 저가 수주에 나선 경우도 있어 이번 철강재 가격 상승이 직격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원가 상승에 따른 단기 부담은 전세계 조선소에 모두 해당하는 일이며 따라서 한국과 중국에 대거 들어선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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