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퇴직연금 분야에서 처음으로 국민은행을 추월해 은행권 1위로 올라섰다. '내실'의 신한이 '덩치'의 국민을 앞선 셈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4조4,484억원으로 4조4,384억원에 그친 국민은행보다 100억원 많았다.
신한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적립금이 3조2,997억원이었지만 3개월 만에 1조1,487억원이나 늘리며 판세를 뒤집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8,9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일 단위로 계약이 가능한 퇴직연금 정기예금과 주가지수연계예금(ELD) 등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며 "수탁액(원금)뿐만 아니라 공식 통계인 적립금(평가손익 감안) 기준으로 국민을 앞서 명실상부한 1위 은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은 장기거래상품인데다 유치업체 직원들에게 대출ㆍ카드ㆍ보험 등 추가영업이 가능해 모든 금융사들이 주력하는 분야다.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영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자산 규모나 거래고객 수가 신한보다 더 많은데도 역전을 당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줄곧 1위를 차지해오다가 이번에 왕좌를 빼앗긴 것도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다만 수익률 분야에서는 국민이 신한보다 낫다. 지난해 4ㆍ4분기 확정급여형(DB)의 수익률은 국민이 1.16%(원리금 보장)와 2.41%(비보장)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은 각각 1.15%와 1.13%로 국민보다 저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쪽에서는 2010년 말 신한이 수탁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을 한때 앞선 적이 있지만 비공식 기준이라 의미가 없었다"며 "미래 먹을거리와 두 은행 간 자존심을 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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