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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일당 5만원 짜리 귤 따러 갑니다. 기본급의 70%인 월 100만원 만으로는 보험료, 대출자금, 양육비 등을 감당할 수 없어 가족들과 상의 끝에 한 달간 떨어져 있기로 결정했죠. 그나마 한겨울에 이런 일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1일 오전 11시 50분 GM대우 부평 2공장 앞 서문 앞. 우연히 만난 생산직 직원 이모씨가 어렵사리 말문을 뗐다. 이씨는 “앞으로 한달간 제주도 출신의 동료를 따라 귤 따기 아르바이트에 나선다고”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내년 1월 4일까지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GM대우 부평 2공장 분위기는 잔뜩 찌푸린 날씨보다 더 황량했다. 취재진을 막는 삼엄한 경비, 연기가 더 이상 나지 않는 2공장 굴뚝 등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여느 때 같으면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직원들로 붐볐을 테지만 생산직 작업복을 입은 생산직 근로자들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1,500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일제히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은 이처럼 공장 가동이 중단된 한달간 일용직 근로자가 되거나 가족들을 데리고 낙향을 선택하고 있다. 이마저도 안되면 자포자기 상태로 한 달간 한 숨만 쉬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지금이 아니었다. GM대우 남문 앞에서 만난 1공장 직원은 “우리가 두려운 건 공장 가동이 중단이 아니라 감산에 이은 감원”이라면서 “내년 초 대규모 피바람 나는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불안에 떨었다. 그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며 다른 직업이라도 찾아 봐야겠다는 동료들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속수무책”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GM대우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지 2년 반 됐다는 김모씨는 “2개월 전부터 잔업과 특근이 끊기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이미 조업이 중단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만약 감원이 시작된다면 비정규직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해 걱정이 태산 같다”고 털어 놨다. 공장 인근 식당가도 울상이다. GM대우 서문 맞은편의 한 식당 주인은 “감산이네 감원이네 흉흉한 소문이 돌 때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해 40% 감소한 상태”라며 “GM 본사도 살아나고 GM대우 조업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부평 2공장은 최근 판매량이 줄고 있는 토스카와 윈스톰 등 중형 및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생산해 왔다. 한편 라세티, 젠트라 등 중소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과 군산, 창원 등 나머지 공장도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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