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수장 허영인(65·사진) 회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SPC그룹의 성장 동력인 파리바게뜨가 내수 시장 침체와 정부의 골목상권 규제로 최근 2년간 성장이 막힌 상황에서 이렇다 할 신규 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SPC그룹의 브랜드는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파스쿠찌·배스킨라빈스·빚은·삼립식품·커피앳웍스 등으로 이 가운데 던킨과 파스쿠찌, 배스킨라빈스는 해외에서 들여온 브랜드여서 수출이 불가능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 주력 사업인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을 통해 SPC그룹의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정부의 골목상권 규제로 확대가 불가능해 해외 진출로 생존을 모색하지만 아직 수익을 내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가 속한 비알코리아의 경우 합작법인이어서 그마나 얻은 수익을 나눠 먹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골목 빵집을 살린다는 정부의 목표 아래 SPC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의 베이커리 브랜드 출점은 거의 '제로' 상태"라며 "점포가 바뀐다 하더라도 기존의 것을 권리금을 주고 사거나 단순히 이동을 하는 식에 그치고 있어 가맹본사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은 한 때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던 유일한 상장사 삼립식품을 올 들어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기로 하고 제과·제빵업에 치우친 사업분야를 다각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삼립식품의 매출액은 제자리에 머물며 이도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립식품 매출액(연결기준)은 5,22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성장에 불과했다. 이 또한 저수익 품목을 정리하는 등 '있는 것을 덜어낸' 구조조정의 결과다. 삼립식품은 식자재 유통에 집중하고 브랜드빵의 고품질화 등을 통해 매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 식자재유통의 경우 CJ나 대상,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 식품업계 대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강력한 지지 기반을 닦아놓은 곳이어서 SPC그룹 자체 유통망이 아닌 경우 쉽사리 영역을 넓히기 힘들다. 중소기업인 알프스식품을 지난해 106억원에 인수해 햄과 소시지 등을 그룹에 직접 조달하기 시작했지만 시장 규모도 작고, 식자재유통 분야에서 중기와 직접 맞부딪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맛과 품질을 높여 브랜드빵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포부도 결국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그룹 전체에서 볼 때 집안싸움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귀띔했다.
SPC그룹은 또 얼마 전 '커피앳웍스'를 론칭하며 포화된 커피전문점 시장에 초강수를 뒀다. 이탈리아 브랜드 파스쿠찌의 경우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에 밀려 자리잡는데 실패한 만큼 자체 브랜드로 갈아타기 위한 복안이다. 7월, 9월 각각 서울 강남과 광화문에 문을 연 커피앳웍스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스페셜티(최상급 원두로 만든 커피)를 내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섰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지금 같은 불경기에 시장 흐름을 잘 읽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제빵업계의 신화인 허 회장의 차기 행보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