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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3T 코리아에 꽂혔다] <상> 트렌드 메카로 떠오른 한국

"K패션·K뷰티는 유행 바로미터" 글로벌 명품브랜드 서울로 서울로

샤넬·루이비통·디올 등 전시회 열고 매장 오픈

'테스트베드' 넘어 亞 수요 유인 '브리지베드'로

쿠션·마스크팩 화장품 제휴 러브콜도 쏟아져

지난 4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루이비통 시리즈2-과거, 현재, 미래'' 전시회 외관.

지난 6월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올 플래그십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의 외부 모습.

디올 플래그십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의 내부 모습.

샤넬·루이비통·디올 등 전시회 열고 매장 오픈

'테스트베드' 넘어 亞 수요 유인 '브리지베드'로

쿠션·마스크팩 화장품 제휴 러브콜도 쏟아져


지난 7월 세계적인 패션 저널리스트 수지 멘키스는 내년 4월 자신이 주최하는 패션 컨퍼런스 '럭셔리 서밋'을 앞두고 동대문 현장을 돌아보는 등 서울에 푹 빠졌다 돌아갔다. 멘키스는 진태옥·스티브요니·정욱준·김재현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와 만나 "한류 열풍의 배경에는 눈부시게 발전한 경제적 효과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가 자리한 것 같다"며 "한국에서도 (샤넬의 카를 라거펠트 같은) 글로벌 패션디렉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방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공식적인 방한 외에 비공식적인 방문까지 치면 역대 최다라는 게 패션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올 1월 샤넬이 지난해 중국 만리장성에서 열던 '크루즈 패션쇼'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가져온 데 이어 루이비통이 광화문에서 '루이비통 시리즈2' 전시회를 개최했다. 국내에서 활동이 미흡했던 디올은 6월부터 '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전시회를 DDP에서 진행하며 관람객 15만명을 모았다. 3~4일 까르띠에는 서울신라호텔에서 '까르띠에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을 열고 까르띠에 최초의 '콘셉트 워치'를 포함한 80여점을 대거 공개했다. 신제품은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같은 날 불가리는 옴니아 컬렉션의 새 여성 향수 '옴니아 파라이바' 출시를 반년 앞당겨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고 사토루 마쓰자키 무인양품 일본 총괄 사장은 이달 4일 한국·일본·프랑스·싱가포르 등 4곳의 플래그십스토어를 동시 오픈하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방문했다.

내년 4월에는 세계 명품 업계의 거물들이 '럭셔리 서밋'에 총출동한다. 멘키스는 "아시아에서 중요한 명품 시장이자 최신기술에 능숙한 젊은이들이 많은 서울에서 세계적인 럭셔리 컨퍼런스를 개최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브랜드가 '코리아, 서울'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가 11조원(세계 8위)에 달하는데다 서울을 선택해야 유행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더 이상 브랜드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잣대로서의 '테스트 베드'가 아니라 다른 국가의 수요까지 끌어들여 매출을 극대화하는 집결지로서의 '브리지 베드' 역할로 부상했다는 게 절대적인 이유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한국을 잡으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중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소비자를 한꺼번에 겨냥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며 "심지어 한국의 대표 패션쇼인 '서울컬렉션'이 파리·뉴욕·런던 컬렉션처럼 패션 수도가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명품 매장의 거점인 '청담 럭셔리 스트리트'도 들썩이고 있다. 현재 건물 신축과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매장만 10여곳. 샤넬·버버리·까르띠에·오메가 등 유수의 명품 매장들이 연내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샤넬이 까르띠에 건물을 3.3㎡ 당 2억8,000만원에 사들였는데 단순한 임차가 아니라 매매라는 점을 볼 때 명품들은 매출보다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기 위해 비싼 값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러브콜과 모방도 줄을 잇는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나 미국 화장품을 모방하지 않고 퍼스트무버 전략을 통해 독자 개발한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세상에 없던 시장을 창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이슈가 되자 랑콤은 2월 쿠션형 파운데이션을 출시하며 '쿠션 따라 하기'에 나섰고 크리스찬디올은 5월 아모레에 자존심을 굽히고 쿠션 기술제휴를 요청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근 세계를 열광하게 한 쿠션의 주인공 서경배 회장을 찾아 인터뷰를 하는 등 '아모레 성공 비결'을 취재해가기도 했다.

마스크팩 또한 퍼스트무버로서 신시장을 만들어냈다. 아모레가 K뷰티 첨병으로서 글로벌 뷰티 시장을 개척했다면 제닉·리더스 등의 중소업체들은 중국과 미국에서 마스크팩 돌풍을 일으키며 K뷰티의 선봉에 섰다. 심지어 한국에서 문 닫을 뻔했던 10~20대용의 뷰티 브랜드 '디어베리'는 잠시 방한한 싱가포르 최대 유통회사 리앤펑의 러브콜을 받고 싱가포르 왓슨스 240곳에 입점하며 부활했다. 한국 브랜드라는 점이 알려지며 제품력을 더 인정받았고 이달 중국 JD닷컴에도 들어간다.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역시 K뷰티 열풍에 합류하며 신규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피부과 등에서 인지도를 쌓아 면세점 내 유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씨엠에스랩의 셀퓨전씨는 전 세계 42개국에 진출해 한국의 코스메슈티컬 기술을 알리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메이크업디자인학과 교수는 "한국 화장품 업계의 전후방 특수는 향후 5년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표시광고제를 완화해 국가적으로 기능성 화장품 시장을 키워 선진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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