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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수펙스 3.0' 가동… 어떻게 바뀌나

사업 방향·먹거리 제시로 'SK 심장' 역할… '성장 헤드쿼터'로 진화


최태원 회장 공백 기간 위원회별 취약점 등 분석

7개 위원회 기능 업그레이드… 핵심 결정 조율 이끌 듯

물갈이 폭 최소로 줄이며 인력 보강 가능성도


SK그룹이 수펙스 3.0 모델을 만드는 것은 지난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로 '수펙스 2.0' 체제를 구축한 지 3년 만이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2년7개월여의 수감 생활을 마친 후 수펙스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줄곧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변화를 보면 최 회장이 지향하는 바가 드러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의 사장단회의인 '선경 경영협의회'에서 1998년 이름을 바꾼 것이다. 선경경영협의회는 단순한 그룹의 사장단 회의였다.

1998년 선경이 SK로 이름을 바꾸면서 '최고의 회사(Super excellent company)'라는 의미를 더해 '수펙스추구협의회'로 변경됐다. 이른바 '수펙스 1.0 버전'이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후에도 한동안 사장단 회의로만 기능했지만 2012년 말 최 회장의 주도로 SK그룹 거버넌스(경영 체제)의 정점으로 거듭났다. '수펙스 2.0' 버전인 셈이다.

총수의 독단적 경영을 방지하고 권력 집중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일종의 '집단지성'을 경영에 적용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각 그룹사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그룹 전체 경영과 관련된 권한을 나눠 받았다.

SK그룹은 다만 수펙스 체제와 함께 '따로 또 같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그룹의 경영 방침을 표명해왔다. 각 계열사 경영진의 권한을 존중하되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이를 지휘하고 조정한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총수의 신변에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면서 수펙스의 운영 방식도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수펙스 2.0' 체제가 완성된 직후인 2013년 1월 최 회장이 수감되면서 애초 취지보다는 '비상 경영체제'에 가깝게 운영된 것이다. 운영의 틀도 지극히 제한됐다.

실제로 그동안 수펙스추구협의회 구성원들을 포함한 최고경영자(CEO)들이 SK그룹 경영을 이끌어왔지만 최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외 사업 확대,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에는 쉽게 손을 대기 힘들었다.

SK 관계자는 "현재의 수펙스 체제가 구축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총수의 부재로 당초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판단"이라며 "수펙스 2.0을 디자인했던 당사자(최 회장)가 돌아온 만큼 각 위원회별로 기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전혀 다른 조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제 그룹의 전체 방향을 앞서서 제시하고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해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 전반을 조율하고 이끄는 작업이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회장과 SK그룹 경영진은 지난 3년간 각 위원회별 성과와 취약점 등을 분석해 수펙스 체제 강화방안, 이른바 '수펙스 3.0 버전'에 반영할 계획이며 다음달까지 이를 최종 확정한다.

특히 SK그룹이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수펙스추구협의회의 7개 위원회 중에서도 '글로벌경영위원회'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글로벌경영위원회의 활동이 가장 많아질 것"이라며 "최 회장에 앞서 성장 방향을 찾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글로벌 사업 확장의 최전선에 서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내부적으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글로벌 마케터' '글로벌 이노베이터'로 정의하고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컨트롤타워로서 그룹사들의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능 강화와 함께 인적 변동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2012년 12월부터 3년 가까이 수펙스 의장을 맡고 있는 김창근 부회장의 경우 아직 임기가 1년 남아 거취를 거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그룹 분위기 일신을 위해 세대 교체가 단행될 경우 의외의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여기에 7명의 위원장 역시 부분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체 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보강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의 과거 구조조정본부나 현재의 미래전략실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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