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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를 의미있게
입력2003-12-16 00:00:00
수정
2003.12.16 00:00:00
12월은 송년회의 연속이다. 직장이나 일 관련 모임, 친목 모임, 봉사 모임 등 어떤 종류의 모임이든 대부분 연말에 송년회를 한다. 서로 사정을 감안해서 신년회로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해를 넘기지 않고 한번 모인다는 것은 정상 가동되는 모든 모임들에 있어서 의무적인 의식처럼 여겨진다.
먹고 마시고, 1차, 2차로 이어지는 술자리 위주의 문화가 아직도 많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보기 좋고 느낌도 좋은 송년회들이 크게 늘어났다. 우선은 가족 단위로 모여서 송년회를 가지는 경우다. 당연히 술도 덜 마시게 되고 대화는 더 많이 하게 된다. 가장들이 송년회에 다니느라 가족으로부터 원성을 사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곧 친해지고 어울려 노는 추억거리도 가진다. 서로 가족까지 알게 되는 데는 더 인간적이고 친밀한 모임이라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모임 내용도 문화체험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영화ㆍ연극ㆍ음악공연 등 문화체험을 함께하고 식사나 대화시간을 갖는 것이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어차피 모임의 운영진은 이래저래 고민을 하고 품을 팔아야 하는 법이다. 문제는 이동거리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연말 교통체증 때문에 시간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문화행사라고 해서 꼭 거창하고 고급이어야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에 각종 문화와 이벤트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올해 참석했던 송년회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모임들은 나름의 이벤트를 준비한 경우였다. 모임의 특성을 살리고 회원들의 단합과 자부심을 높이는 이벤트는 참 다양했다. 인라인스케이트 동호인 모임은 서울 인라인스케이트의 메카인 올림픽공원 안의 장소에서 모였다. 동호인들로 구성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전국에서 모인 인라인스케이트 마니아들이 떡과 음료수를 내놓고 신나는 파티를 열었다. 20~30대가 주축이지만 40대, 50대 참가자들도 젊음을 뿜어내는데, 참 대단했다. 또 다른 봉사 겸 친목 모임은 불우이웃들에게 줄 물품들을 들고 나오도록 해서 모으거나 회원들끼리 만원짜리 이하의 선물을 교환하는 등 소박한 이벤트로 모임에 특색을 가미하기도 했다.
요즘 새로운 직종 중에 이벤트 사업은 물론이고 파티플래너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 전문적인 기획자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라도 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그래서 회원들과 그 가족들에게까지 최대한으로 건전한 만족을 줄 수 있는 그런 송년회 문화가 우리 사회에 대세로 자리 잡게 되기를 학수고대한다. 연일 술자리에 지친 어느 한국인의 절실한 소망이다.
<원희룡 국회의원(한나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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